지난달 국회 토론회에 이어 지난 4일에는 업계와 학계가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논쟁의 본질은 규제의 강도에 있지 않다. 카지노업의 공공성을 지키면서 투자와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제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핵심이다.
카지노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장에는 대규모 복합리조트가 잇따라 들어섰고, 사업 규모와 투자액도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커졌다. 반면 카지노 사업자가 허가 요건을 계속 충족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제도는 충분하지 않았다. 관광진흥개발기금 납부 체계도 1995년 도입 이후 매출 구간에 따라 최고 10%를 부과하는 기본 틀을 유지해 왔다.
문체부는 기금 부담률을 최고 15%로 올리더라도 모든 매출에 일괄 적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고매출 구간을 새로 만들고 기준을 넘어선 금액에만 15%를 적용하는 누진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도 미국과 싱가포르, 마카오 등 주요 카지노 운영국에서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5년 단위 갱신허가제 역시 사업자를 원점에서 다시 선정하는 재허가가 아니라 허가 요건 유지 여부를 점검하는 중간평가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이번 개편은 새로운 장벽을 세우기보다 오랫동안 유지된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데 가깝다.
그렇다고 업계의 반발을 밥그릇 지키기로만 몰아붙여서는 곤란하다. 복합리조트는 호텔과 카지노뿐 아니라 공연장, 전시·회의시설, 쇼핑·식음시설 등을 함께 개발하는 장기 투자 사업이다. 많게는 수조원이 들어가고, 문을 연 뒤에도 시설 확충과 콘텐츠 개발에 자금이 계속 필요하다. 금융권 대출과 외부 투자를 바탕으로 장기간에 걸쳐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이런 사업에서 허가의 안정성은 투자 판단과 직결된다. 정부가 갱신허가제를 중간평가라고 설명하더라도 금융기관과 투자자가 이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사업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대출 심사와 투자 결정도 보수적으로 바뀔 수 있다.
이 같은 우려는 4일 간담회에서 구체적으로 제기됐다. 롯데관광개발 측은 제도 개편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주단이 대출 연장과 관련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전환사채 투자자로부터 조기상환 요구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전환사채 조기상환은 투자자가 계약에 따라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제도 개편 논의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정책이 금융시장과 투자자에게 어떤 신호로 읽힐 수 있는지는 정부도 살펴야 한다.
관광진흥개발기금 인상 문제도 마찬가지다. 업계는 카지노가 이익이 아니라 매출을 기준으로 기금을 내기 때문에 적자 사업자에게도 부담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이장성 롯데관광개발 재무담당 이사는 지난해 4700억원 이상의 카지노 매출을 올리고 515억원을 기금으로 납부했지만 세전 기준 4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며, 부담이 수백억원 더 늘어나면 경영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스파이어 측도 카지노 수익을 아레나를 비롯한 문화·관광시설에 재투자하는 구조에서 기금 부담이 커지면 후속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의 설명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은 관광객 유치와 관광시설 확충, 관광사업체 융자, 인력 양성 등 관광산업 전반에 쓰이는 재원이다. 카지노 산업이 관광 인프라를 토대로 성장한 만큼 그 성과를 산업 전체와 나누자는 취지도 외면하기 어렵다.
정부는 제도 개편에 따른 실제 부담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사업장별 매출 구간에 따라 기금 납부액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갱신평가에서 무엇을 심사하고 어떤 경우에 허가가 취소될 수 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시행 시기와 경과조치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기준이 불명확하면 시장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도 제도 변화 자체를 거부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경영 투명성과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책임도박과 이용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고용과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주장하려면 객관적인 자료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사회적 책임은 피하면서 투자와 경쟁력만 앞세워서는 여론을 설득하기 어렵다.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일본 오사카에서는 유메시마 복합리조트를 2030년 가을께 개장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세계적인 카지노 운영사와 대규모 자본이 참여한 복합리조트가 문을 열면 동북아시아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한국이 내부의 규제 논쟁에 매달리는 동안 경쟁국은 시설과 콘텐츠, 마케팅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렇다고 국제 경쟁력을 이유로 관리와 감독을 느슨하게 하거나 특혜를 요구해서도 안 된다.
필요한 것은 투자자가 사업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국민이 카지노 산업을 신뢰할 수 있는 틀이다. 그 틀을 만들고 지키는 일은 정부의 몫이다. 규제는 산업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산업은 국민의 신뢰 위에서만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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