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비사업장 35곳 가운데 14곳이 추가 이주비 조달을 위한 시공사 보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TV 40% 규제로 기본 이주비만으로 새 거처를 마련하기 어려운 조합원이 늘고 있지만 추가 자금을 조달할 때 시공사 보증이 사실상 핵심 대안으로 꼽힌다. 건설사도 보증채무와 신용도 부담으로 선뜻 나서지 못하면서 일부 사업장에서는 이주 일정까지 밀리고 있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주비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는 정비사업장 35곳 가운데 32곳이 기본 이주비로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공사 보증을 통한 추가 이주비 대출을 고려하고 있다.
이 가운데 18곳은 시공사가 추가 이주비 보증을 검토하거나 보증 의사를 밝혔지만 나머지 14곳은 아직 보증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조합으로서는 핵심 조달 수단인 시공사 보증마저 불투명한 셈이다.
특히 종전자산평가액이 낮은 지역에서 이주비 부족 문제가 두드러진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강북의 경우 이주비 대출이 1억~2억원 수준에 그치는 곳도 있어 4인 가구가 거주할 집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가 이주비 보증은 시공사의 보증채무를 늘려 재무 건전성과 신용도에도 부담을 준다. PF 우발채무와 미분양 위험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무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견·중소 건설사는 추가 보증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실제 중랑구 면목동의 한 모아타운 구역에서는 조합원 811명 가운데 다주택자가 296명으로 35%를 넘는다. 추가 이주비 수요가 커진 가운데 시공사는 보증채무 확대에 따른 신용도 부담 등을 이유로 지급보증이 어렵다는 입장을 조합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건설사의 이주비 보증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추가 이주비 조달 조건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비 조달 지연이 실제 사업 일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나온다. 동대문구의 한 정비사업장은 지난 2월 이주를 시작해 당초 5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이주비 대출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주 기간을 11월까지 연장했다.
금리 부담도 문제다. 추가 이주비는 시공사 보증을 바탕으로 제2금융권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기본 이주비보다 금리가 높을 수 있다. 현장에서는 추가 이주비 금리가 5~6%, 조건에 따라 7% 수준까지 제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착공부터 입주까지 장기간이 걸리는 만큼 금리가 1%포인트만 높아져도 조합원 금융비용은 누적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중소건설사들의 신용 상황도 좋지 않아 시공사가 보증하더라도 조합원이 부담하는 이자율이 높아질 수 있다”며 “이주비 협의가 계속 지연되면서 이주 일정 자체가 뒤로 밀리는 사업장도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 규모에 따라 이주비 조달 금리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이주가 늦어지거나 공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늘어나는 금융비용은 결국 조합원 부담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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