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공공기관 350곳 쟁탈전…'나눠먹기 이전'은 안 된다

공공기관 2차이전
[이미지=제미나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 발표가 다가오면서 지자체의 유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수도권에 남은 공공기관과 정부 출자·출연기관 등 최대 350여 곳이 이전 대상으로 거론된다. 공공기관은 소비와 세수를 늘리고 관련 산업을 끌어들이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부산은 금융·해양기관을, 전북은 금융·농생명 기관을 노리고 있다. 경북도 첨단제조·스마트물류 등을 중심으로 유치 기관을 선정했다. 정부가 대상과 배치 원칙을 확정하기도 전에 기관과 후보지가 오르내린다.

문제는 경쟁이 ‘몇 개를 가져오느냐’는 나눠먹기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이 가세하고 지방선거와 맞물리면 균형발전 정책이 정치적 전리품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1차 이전의 경험을 돌아봐야 한다. 2019년까지 153개 기관이 혁신도시와 세종 등으로 이전해 인구 분산과 지방세 증가 등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가족이 정착하지 못하고 연관 기업과 산업이 따라가지 않은 지역도 적지 않았다. 평일에는 혁신도시에서 일하고 주말이면 수도권으로 돌아가는 현상도 나타났다. ‘기관 이전’은 이뤘지만 ‘지역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2차 이전은 달라야 한다. 핵심은 기관 숫자가 아니라 어디에 배치해 어떤 산업을 키울 것인지다. 부산에 금융·해양기관, 호남에 에너지 기관을 묶는 집적형 이전이 거론되는 이유다. 공공기관과 지역 주력산업, 대학·연구기관, 민간기업을 생태계로 연결해야 일자리와 기업이 따라올 수 있다.

노조와 구성원의 반발도 지역이기주의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금융·연구 등 전문성이 필요한 기관은 핵심 인력이 이탈하면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 교육·의료·문화·교통 등 정주여건을 개선하지 않고 주소지만 옮겨서는 1차 이전의 한계를 되풀이할 뿐이다.

정부는 350곳이라는 숫자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지역별 배분보다 국가 전체의 산업지도를 먼저 그려야 한다. 지역의 미래산업과 기관 기능이 맞는지, 기업과 연구기관을 끌어들일 수 있는지, 구성원과 가족이 정착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효과가 큰 지역에 관련 기관을 집중 배치해야 한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수도권 기관을 지방에 나눠주는 사업이 아니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고 지역에 성장축을 만드는 국가 전략이어야 한다. 쟁탈전이 정치권과 지자체의 전리품 경쟁으로 끝난다면 10년 뒤 다시 실패를 평가하게 될 것이다. 이번만큼은 ‘어디에 몇 개를 주느냐’가 아니라 ‘어디에서 무엇을 키울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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