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압구정동 ‘리무빙컴퍼니’사 스튜디오. 한 체험자(64)가 이 업체의 인공지능(AI) 기반 ‘신체기능·움직임 분석기’ 앞에 섰다. 컴퓨터 화면 속 시범 동작이 시작되자 체험자는 매트 위에서 팔을 들어 올리고, 몸의 중심을 옮기고, 안내에 맞춰 움직였다. 정면의 카메라는 동작을 따라가는 몸을 기록했다.
평소에는 '걷는 데 불편이 없다'는 감각만으로 몸 상태를 판단했지만, 측정이 끝나자 화면에는 전혀 다른 언어가 나타났다. 근력·근지구력 45점, 관절 59점, 균형·안정성 68점, 보행 90점, 좌우대칭성 74점이었다.
이 솔루션의 판정은 근력·근지구력과 관절은 '유지 필요', 균형·안정성과 좌우대칭성은 '양호', 보행은 '최적'이었다. 가장 눈에 띈 대목은 보행 점수와 근력 점수의 간극이었다. 겉으로 걷는 모습은 안정적이어도, 몸을 지탱하고 반복 동작을 수행하는 기초 체력은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는 신호로 읽혔다.
<사진>체험자의 신체기능 측정 결과, 보행 90점이 가장 높았고, 근련·근지구력은 45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 수치는 의료 진단이 아니라 해당 시스템의 운동 기능 평가 결과다. [사진=유대길 기자]
코치, 곧바로 운동 지도에 들어가다
이 체험자는 신체 기능 측정 결과, 보행 90점이 가장 높았고 근력·근지구력은 45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 수치는 의료 진단이 아니라 해당 AI 시스템이 체험자의 운동 기능을 평가한 결과다.
이번 체험의 핵심은 '몸을 재는 기기' 자체보다 측정 이후였다. 담당 코치는 결과를 토대로 상대적으로 부족한 근력·근지구력과 관절 가동성에 초점을 맞췄다. 상체를 열어 주는 스트레칭, 팔을 위로 뻗으며 몸통을 길게 만드는 동작, 매달리기와 체중 지지 동작 등을 단계적으로 지도했다. 동작마다 자세와 호흡, 가동 범위를 살폈고 무리한 범위까지 밀어붙이지 않았다.
체험자는 운동을 마친 뒤 "신체가 쫙 펴지는 듯했다"고 체감했다. 한 번의 체험에서 질환 치료나 장기적인 기능 개선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막연히 전신운동을 반복하는 것과 달리 부족한 지표를 확인하고 그 부분에 집중한다는 점은 분명했다. 데이터가 코치의 관찰을 대신한다기보다, 무엇을 먼저 보고 운동할지를 정하는 출발점 역할을 했다.
리무빙컴퍼니가 공개한 제품 설명에 따르면 이 솔루션은 화면을 보며 약 10분 동안 동작을 수행하면 관절·움직임·근육 관련 신체지표를 정량화하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 운동 영상을 제시한다. 난이도와 운동 시간을 설정하고 수행 기록을 누적할 수 있으며, 개인 관리 페이지를 통해 측정 결과와 변화를 확인하는 구조다.
이 업체 이현수 대표는 "시니어 1대1 방문운동과 PT 스튜디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움직임 분석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설명한다. 이 PT 스튜디오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다. 카메라가 이용자의 동작을 촬영하고 AI가 여러 동작을 분석해 부위별 기능 수준과 맞춤 운동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이 다. 다시말해 이 솔루션이 측정(화면동작수행)→분석(기능별 점수화)→지도(코치 맞춤운동)→추적(변화·수행 기록)하는 방식이다.
'재활치료' 아닌, 재활을 보조할 수 있는 맞춤운동
이 같은 서비스는 개인별 취약 지표를 찾아 운동을 설계한다는 점에서 재활 목적의 운동이나 기능 회복 훈련을 보조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고령자에게 중요한 근력, 균형, 보행, 관절 움직임을 반복 측정하면 운동 목표를 구체화하고 변화 추이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규칙적인 신체활동이 신체·정신 건강에 유익하고, 고령자에게 근력과 균형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이 중요하다고 안내한다.
다만 운동시설에서 제공하는 기능 평가와 맞춤운동은 의료기관의 진단·처방·물리치료와 동일하지 않다. 통증이 심하거나 최근 수술·골절·신경계 질환이 있거나 낙상 위험이 큰 이용자는 먼저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재활치료 효과라고 단정하기보다 재활 목적의 운동을 보조하는 데이터 기반 프로그램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이 솔루션의 점수 역시 질병을 판정하는 검사 결과가 아니라 운동 방향을 잡기 위한 참고 지표로 받아들이는 것이 안전하다.
본지가 이 솔루션을 취재한 배경에는 강남권에서 이 같은 데이터 기반 맞춤운동이 주목받고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 현장에서 확인한 경쟁력은 화려한 장비보다 개인화된 흐름에 있었다. 이용자는 어디가 약한지를 숫자와 그래프로 보고, 코치는 그 결과와 실제 동작을 함께 관찰해 운동 우선순위를 정한다. 운동 뒤에는 다음 측정 때 비교할 기준도 남는다.
고령층이나 운동 초보자에게 무조건 많이 하라는 처방은 오히려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반면 잘하는 부분은 유지하고 부족한 부분은 집중하라는 설명은 이해하기 쉽다. 이날 체험자의 경우도 보행은 '최적'이었지만 근력·근지구력과 관절은 관리가 필요했다. 한 장의 오각형 그래프가 운동의 순서를 바꾼 셈이다.
현장 체험을 통해 확인한 리무빙컴퍼니 솔루션의 가치는 측정, 사람의 지도, 반복 관리가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된다는 데 있었다. 이 솔루션은 몸을 고쳐주지는 않는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던 차이를 수치로 드러내고, 코치는 그 단서를 실제 움직임과 연결한다. 이용자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이해한 상태에서 운동에 참여한다.
이 솔루션의 효과를 가르는 것은 한 번의 점수보다 꾸준함이다. 동일 조건의 재측정에서 기능 지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통증이나 불편감 없이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지, 일상 동작이 실제로 편해지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데이터 기반 맞춤운동이 유행을 넘어 신뢰받는 건강관리 방식으로 자리 잡으려면, 측정의 정확도와 재현성, 코치의 전문성, 장기 이용자의 변화 자료가 지속적으로 축적돼야 한다.
이날 체험자는 이 체험을 마치고 스튜디오를 나설 때 몸은 한결 가벼웠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체험자가 더 중요하게 느낀 점은 "나는 잘 걷는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걷기는 강점이고 근력과 관절은 더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 머릿속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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