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 ㅣ 기본·원칙·상식] FIFA의 K-축구 점검, 혁신 원칙 바로 세우는 계기로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코리아풋볼파크 일대 사진연합뉴스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코리아풋볼파크 일대 [사진=연합뉴스]

국제축구연맹(FIFA)이 다음 달 대한축구협회를 직접 찾는다. FIFA 회원협회 사무국 국장을 포함한 관계자 3명이 9월 둘째 주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해 K-축구혁신위원회 활동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앞서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지난 21일 공동 명의의 공문을 보내 혁신위에서 논의한 내용과 활동 경과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공문에는 제3자가 축구협회의 독립성에 부당하게 개입할 경우 제재할 수 있다는 FIFA 정관 규정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FIFA가 서면으로 자료를 요청한 데 이어 현장까지 찾기로 한 만큼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FIFA는 회원국 축구협회가 정부를 비롯한 외부의 부당한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2022년 인도축구협회, 2023년 스리랑카축구협회가 제3자 또는 정부 개입 문제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전례도 있다.

다만 FIFA의 이번 방문을 한국 축구에 대한 제재 수순으로 확대해석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혁신위 활동과 축구협회 상황에 대한 정보 제공 요청과 현장 점검이다. FIFA가 혁신위 활동을 정부의 부당한 개입으로 판단했다거나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고 볼 근거는 아직 없다.

오히려 이번 점검은 한국 축구가 추진하는 혁신의 원칙을 분명하게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K-축구혁신위는 북중미 월드컵 이후 거세진 쇄신 요구 속에 지난 7월 출범했다. 박지성 FIFA 분과위원회 위원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축구협회 거버넌스와 유소년 육성, 첨단기술 시스템 도입 등 한국 축구가 안고 있는 여러 과제를 논의하고 있다. 차기 축구협회장 선거 방식도 주요 논의 대상에 올랐다. 기존 선거와 같은 방식으로 치르지 않겠다는 방향 아래 선거인단 확대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해왔다.

한국 축구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은 크지 않을 것이다. 대표팀 성적을 떠나 축구협회의 의사 결정과 행정, 선거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그동안 되풀이돼왔다. 혁신위가 출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가 드러날 때마다 사람 몇 명을 바꾸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요구가 컸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다. 개혁의 필요성이 아무리 절실해도 정부가 축구협회의 고유한 의사 결정에 직접 관여한다면 FIFA가 중시하는 독립성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 반대로 독립성을 앞세워 기존의 문제와 관행을 그대로 두는 것도 옳지 않다. 독립성은 외부의 간섭을 피하기 위한 특권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라는 원칙이다.

혁신위 역시 출범할 때부터 이 문제를 의식했다. 당초 공동위원장으로 발표됐던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첫 회의에서 물러나 위원으로 참여했고, 유승민 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최 장관은 당시 축구협회의 독립성은 반드시 보장돼야 하며 정부가 법에 정해진 범위를 넘어 협회 사무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회장도 혁신위 논의가 권고인지 협의안인지, 후속 절차가 필요한 이행 과제인지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그 원칙을 실제 활동으로 입증할 차례다. 혁신위가 무엇을 논의했고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정부와 혁신위·축구협회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FIFA에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혁신위의 제안이 필요하다면 축구협회의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제도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FIFA의 점검을 부담으로만 여길 이유는 없다. 잘못된 관행은 고치되 축구협회의 자율성은 지키고, 정부는 필요한 지원을 하되 축구 행정을 대신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면 된다. 문제가 있다면 지금 바로잡으면 되고, 없다면 사실대로 설명하면 된다.

한국 축구의 쇄신과 축구협회의 독립성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된 혁신이라면 둘을 함께 지켜낼 수 있어야 한다. FIFA의 이번 방문이 혁신의 발목을 잡는 일이 아니라 그 원칙과 절차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혁신이 일회성 처방에 그치지 않고 한국 축구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제도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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