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우방 영국과의 동맹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영국이 실효 지배하는 포클랜드 제도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982년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 당시 영국을 지원했던 미국이 40여 년간 유지해온 중립적 입장을 바꿀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아직 정책 변경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동맹국의 영토 문제조차 미국의 국익과 전략적 필요에 따라 다시 계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영국의 방위비 증액 문제와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더 많은 방위비와 안보 부담을 떠안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 와중에 영국의 앤디 버넘 신임 내각이 방위비 증액 약속을 철회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포클랜드 문제를 다시 꺼내 든 것이다. 이는 곧 동맹국의 안보 문제도 미국의 외교적 지렛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트럼프식 외교는 올해 대만의 경우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대만에 대한 140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 승인을 보류하면서 이를 중국과의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매우 좋은 협상 카드”라고 표현했다. 대만의 안보를 위한 무기 공급조차 중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당 발언은 미국 내외에서 많은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영국과 대만의 사례는 동맹 및 우방국조차 필요에 따라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보여준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도 이를 남의 나라 이야기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한미 동맹은 한국 안보의 핵심 축이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고려하면 미국의 확장억제와 주한미군의 역할은 여전히 필수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이 언제나 지금과 같은 전략적 우선순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가정해서도 안 된다. 미국의 국익과 국제정세가 변하면 동맹에 대한 접근법 역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한국 역시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고 자주국방이 무작정 미국과 거리를 벌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강한 자주국방은 동맹을 강화하는 조건이다. 한국은 독자적인 감시·정찰과 미사일 방어, 정밀타격 능력을 강화하고 해·공군과 사이버·우주 전력을 고도화해야 한다. 유사시 미국의 지원이 오기 전까지 스스로 버틸 수 있고, 미국의 지원이 제한되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억제가 가능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
동맹은 일방적인 보호계약이 아니다.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때 동맹의 지속 가능성도 높아진다. 미국 입장에서도 자신의 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국가보다 상당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안보 부담을 함께 짊어지는 동맹국이 더 가치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영국과 대만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국제정치의 냉정한 현실이다. 국가의 힘과 이해관계가 변하면 동맹의 정책도 변할 수 있다. 한국이 의지해야 할 것은 ‘미국이 반드시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아니라 ‘미국이 우리를 지켜주는 것이 미국에도 이익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있다고 해서 그 우산을 영원히 남이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산을 함께 들 힘을 갖추는 것, 그것이 한미동맹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자주국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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