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여름과 짧아진 간절기에 패션업계의 판매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 계절별 상품을 순차적으로 내놓던 방식에서 벗어나 상품 투입 시점을 앞당기고 여러 계절에 활용할 수 있는 시즌리스 아이템을 전면에 내세우는 추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패션 업체들은 간절기 상품 기획과 판매 시기를 예년보다 앞당기고 있다. 계절별 컬렉션보다 카디건과 얇은 재킷처럼 기온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상품 비중을 늘리고 가죽과 스웨이드 등 대표적인 가을 소재도 일찍부터 시장에 내놨다. 한철 입는 상품보다 여러 계절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판매 기간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가을 상품을 이 시기 선보이는 흐름 자체는 매년 있었지만 최근에는 간절기가 짧아지면서 카디건과 재킷뿐 아니라 가죽과 스웨이드 등 가을 소재 상품도 예년보다 빨리 출시하고 있다"며 "시즌 투입 시점 자체가 앞당겨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업계 움직임도 빨라졌다. 하프클럽은 가을 상품 중심으로 진행해온 9월 정기 행사를 지난해보다 약 20일 앞당겼다. 질스튜어트뉴욕맨도 지난해보다 약 한 달 이른 시점부터 고트 가죽·스웨이드, 램스킨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가죽 아우터 판매를 시작했다. LF몰에서는 지난 8월 17일부터 열흘간 '남성 가죽 재킷'과 '남성 스웨이드 재킷' 검색량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
앞당긴 판매 전략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질스튜어트뉴욕맨의 고트 스웨이드 소재 '스윙탑 점퍼'와 '램스킨 레더 밴드넥 점퍼'는 출시 3주 만에 판매율 85%를 넘기며 초도 물량 완판을 앞두고 있다. 계절보다 실제 수요에 맞춰 상품을 선보인 전략이 시장에서도 통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이 일시적인 변화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가을·겨울(FW)은 코트와 가죽, 아우터 등 단가가 높은 제품 판매가 집중되는 핵심 시즌이지만, 길어진 여름으로 판매 시기가 짧아지며 시즌 사이 공백을 메우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이에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시즌리스 상품을 늘려 판매 기간을 확보하고, 레이어링이 가능한 상품으로 초가을부터 겨울까지 수요를 이어가려는 전략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소비 방식 변화도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시즌의 경계가 사라지며 계절마다 옷을 새로 장만하기보다 여러 계절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택하는 소비가 늘면서다. 카디건과 재킷은 기온에 따라 이너와 아우터를 오갈 수 있고, 가죽과 스웨이드 역시 특정 계절의 소재를 넘어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한 아이템으로 소비 범위가 넓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패션업계는 시즌을 완전히 구분하기보다 계절을 넘나드는 상품으로 바뀌고 있다"며 "소비자들도 계절마다 정해진 스타일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필요한 아이템을 선택해 조합하는 소비가 늘면서 활용도가 높은 상품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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