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국정원 권한 강화' 법안 통과...더 강한 '외부 감시' 필요하다

국가정보원 전경 사진국가정보원
국가정보원 전경. [사진=국가정보원]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 ‘경제안보’를 추가하고, 사이버안보 분야의 경우 해킹 수법이나 피해 양상 등을 토대로 국제 또는 국가 배후 해킹조직의 활동으로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까지 정보활동 대상을 넓혔다.

시대 변화를 고려하면 필요한 조치다. 안보의 개념은 이미 군사와 외교의 영역을 넘어섰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배터리, 바이오, 우주, 양자기술, 핵심광물과 공급망이 국가안보를 좌우한다. 특히 국가 배후 사이버 공격은 공격 주체를 확인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배후가 확정된 뒤에야 국정원이 움직일 수 있다면 정보기관의 존재 이유 자체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간첩법 개정안’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개정안을 통해 간첩죄 적용 대상이 기존 ‘적국’에서 ‘외국 및 이에 준하는 단체’까지 확대됐다. 북한뿐 아니라 ‘우방국’의 간첩 행위까지도 처벌할 수 있게 되면서, 국정원의 방첩 활동 범위가 넓어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그러나 최근 연이어 터진 국정원 관련 의혹은 ‘정보기관 흑역사’를 상기시키기에 충분하다.

2차 종합특검은 지난달 19일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조태용 전 국정원장과 홍장원 전 1차장 등 당시 국정원 정무직 4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계엄 상황에 국정원이 대통령실 요구에 대비해 ‘안보 위해 세력’ 수백명 명단을 준비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국정원이 계엄에 적극 동조한 정황을 확인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민간인 사찰 의혹도 불거졌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0일 윤석열 정부 당시 국정원이 ‘북한 영향력 공작 대응 TF’를 만들어 정치인과 노동·시민사회 인사 등의 동향을 파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정원은 지난달 25일부터 대대적인 감찰에 착수했다. 그러나 ‘셀프 조사’로 마무리하기엔 이 사안은 매우 중차대하다. 2020년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막기 위해 직무 범위에서 ‘국내정보’를 삭제하기까지 했지만,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에서 벌어졌을 법한 일이 또다시 일어났다.

결국 ‘국정원 밖의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우선, 국회의 감독권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현재도 국회 정보위원회가 국정원을 감독하지만 국정원이 제출하는 자료와 설명에 의존하는 한계가 있다. 국회에 정보기관을 상시적으로 감독할 전문인력을 두고 일정한 요건 아래 국정원의 정보활동과 예산을 직접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역할도 확대해야 한다. 국정원이 다루는 모든 기밀을 시민사회에 공개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국가안보를 위해 보호해야 할 정보는 당연히 보호해야 한다. 대신 국정원의 권한 확대와 예산, 국내 정보활동의 적법성, 기본권 침해 가능성에 대해 시민사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독립적인 외부 감독기구 설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제 시민사회에서는 국회 정보위와 별도로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기관 감독기구’와 ‘정보감찰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국정원의 권한 강화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권한이 커지면 감시도 강해져야 한다. 국정원은 정권의 정보기관이 아니라 ‘국가의 정보기관’이기 때문이다. 강력한 외부 감시만이 국정원 정치개입 악순환을 끊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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