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아는 맛] 신제품 개발에 설비까지 움직인다…식품업계 AI 활용 진화

  • 문서 작성·검색 넘어 기업 데이터와 실제 사업 프로세스 결합

  • AI가 소비 트렌드 읽고 바이어 발굴…생산설비까지 직접 제어

CJ제일제당이 자체 개발한 AI 기반 마케팅 인텔리전스 플랫폼 Food AI 360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이 자체 개발한 AI 기반 마케팅 인텔리전스 플랫폼 'Food AI 360' [사진=CJ제일제당]

식품업계의 인공지능(AI) 활용이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 단순 문서 작성이나 자료 검색 수준을 넘어 소비자 트렌드 분석을 통한 신제품 기획, 해외 바이어 발굴, 공장 생산설비 직접 제어까지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식품 특화 AI 플랫폼 'Food AI 360'을 상품 기획과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시장과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해 신제품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제품 방향과 패키지 형태까지 제안한다. 출시 전 예상 소비자 반응을 분석해 강점과 보완점을 미리 파악하는 역할도 맡는다.

지난 6월 선보인 '말차 햇반'은 AI 분석이 실제 상품으로 이어진 사례다. AI는 말차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가능성과 건강·편의성을 함께 추구하는 소비 흐름을 분석해 상품 콘셉트로 발전시켰다. '비비고 연어 스테이크' 역시 단백질 소비가 수산물로 다양화하는 흐름을 포착해 개발된 제품으로, 출시 반년 만에 판매량 140만 개를 돌파했다.

AI는 무엇을 만들지뿐 아니라 원재료를 언제 사야 할지 판단하는 데도 쓰인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MI룸'을 구축해 원재료 가격과 환율, 유가, 기상·작황 등 시장 정보를 실시간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엘니뇨 우려로 선물 가격이 급등했을 당시에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일부 원재료 구매 시점을 늦춰 고점 매수를 피하기도 했다.

해외 영업에서는 사람이 수십 시간 걸려 하던 시장조사를 AI가 대신하기 시작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생성형 AI 기반의 해외 신규 바이어 발굴 시스템을 글로벌 영업 현장에 도입했다. AI 에이전트가 진출 대상 국가의 시장 현황과 규제를 조사하고 잠재 거래처와 담당자 정보를 찾아 보고서까지 작성한다. 기존에 50시간 이상 걸리던 업무는 AI 도입 후 약 3시간으로 줄었다.

생산 현장의 AI는 판단을 넘어 실제 설비를 제어하는 단계로 진화했다. 팔도는 비빔면과 왕뚜껑, 도시락 등을 생산하는 나주공장에 AI 기반 자율제조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AI가 생산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면발 두께를 예측하고 최적의 생산 조건을 설정한다. 수분·지방 등 주요 성분과 제품 중량도 지속 관리한다.

특히 생산 제품이 바뀔 때마다 작업자가 직접 입력하던 설비 설정값을 AI가 제품별 조건에 맞춰 자동으로 변경한다. 생산 현장의 상태를 AI가 판단하고 설비에 적절한 조건을 적용하는 '피지컬 AI'다. 데이터를 분석해 사람의 판단을 돕던 것에서 실제 제조 환경에 직접 개입하는 단계로 발전한 셈이다.
 
아워홈 직원이 AI 표시솔루션을 활용해 온라인몰 상품 이미지와 기준정보를 비교·검증하고 있다 사진아워홈
아워홈 직원이 AI 표시솔루션을 활용해 온라인몰 상품 이미지와 기준정보를 비교·검증하고 있다. [사진=아워홈]

급식 현장에서는 위생·안전과 식자재 관리까지 AI 영역이 확장됐다. 아워홈은 한화비전의 AI 기술을 일부 급식 사업장에 시범 도입했다. 주방 내 AI 카메라는 조리사의 위생수칙 준수 여부를 실시간 확인하고 이상 소음이나 온도를 감지해 화재 등 안전사고를 예방한다.

식자재 관리에는 카메라 기반의 바코드·영상 인식 기술을 활용해 입고 재고를 자동 등록하고, 향후 AI가 필요 물량을 예측해 자동 발주하는 맞춤형 공급망관리(SCM)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용자 선호 메뉴를 AI 카메라로 분석해 식단 개선에 활용하는 한편, 한화로보틱스와 협업한 조리 자동화도 검토 중이다.

식품 표시정보 작성과 검증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아워홈은 자체 개발한 '식품 표시 통합관리 솔루션'을 도입해 제품의 원재료명과 알레르기 정보, 영양성분 등 표시정보를 데이터화하고 관련 업무를 자동화했다. 광학문자인식(OCR) 기술로 시중 제품의 표시사항 이미지를 읽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생성형 AI가 제품별 표시사항 초안을 작성하는 방식이다. 온라인몰에 게시된 상품정보도 기준정보와 자동으로 비교해 변경되거나 누락된 부분을 찾아낸다.

기업 내부에서 사용하는 AI 역시 범용 서비스에서 회사별 업무에 특화된 형태로 바뀌고 있다. 서울우유는 사내 전용 생성형 AI 플랫폼 '서울우유 GPT'를 자료 요약과 사내 지식 검색뿐 아니라 회계 시스템 연계, 데이터 분석, 연구 지원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다이닝브랜즈그룹도 자체 구축한 전사 AI 플랫폼 '다이나이'를 전 임직원에게 도입했다. 다이나이는 회사 내부 정보를 기반으로 업무 질문과 문서 요약, 사내 문서 검색 등을 지원하며 인사·복리후생 기준과 개인정보 확인, 콘텐츠 제작, 뉴스 모니터링, IT 문의 등에도 활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에는 문서 작성이나 자료 검색 등 단순 업무 시간 단축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실무 현장에 필요한 맞춤형 AI 활용법을 구체화하는 추세"라며 "제품 개발부터 생산, 영업, 공급망 등 사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분야에서 AI 도입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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