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지난주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했음에도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8엔대까지 상승하자 외환시장 개입 준비 단계인 '레이트체크'에 나섰다. 19일부터 23일까지 이어지는 일본의 닷새 연휴를 앞두고 거래량 감소를 틈탄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레이트체크 직후 엔·달러 환율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1엔 넘게 급락했다.
요미우리신문은 18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일본은행이 금융기관에 환율 수준을 문의하는 레이트체크를 실시했다는 관측이 나왔다고 21일 보도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당시 158엔까지 도달했던 엔·달러 환율은 단시간에 1엔 가량 떨어져 한때 달러당 156엔대 후반대로 내려왔다.
레이트체크는 외환당국이 시중 금융기관에 엔·달러 환율과 거래 상황 등을 문의하는 절차다. 실제 외환시장 개입에 앞서 실시되는 경우가 있어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당국이 개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그러자 일본은행이 복수의 금융기관을 상대로 레이트체크를 실시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보도했다. 이후 손절매성 엔화 매수·달러 매도 주문까지 쏟아지면서 엔·달러 환율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1엔 이상 하락했다. 런던의 한 헤지펀드 관계자는 닛케이에 "시장이 심리적 고비로 여기는 달러당 160엔까지 아직 거리가 있는 수준에서 레이트체크가 전격 실시돼 허를 찔렸다"며 상당히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엔·달러 환율은 21일 오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도 156엔대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번 레이트체크에는 연휴 중 엔화 매도세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연휴에는 일본 내 외환거래가 줄어 시장 유동성이 떨어지고, 그만큼 환율 변동 폭이 커지면서 엔화 약세가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 뉴욕의 한 일본계 은행 관계자는 "연휴를 앞두고 급격한 엔화 약세를 경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려 했을 것"이라고 닛케이에 말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올해 두 차례 엔화 매수·달러 매도 개입에 나섰다. 이 가운데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이어진 연휴에는 약 11조엔을 투입했다. 당시에도 개입에 앞서 레이트체크가 있었다. 2024년에도 일본의 연휴 기간에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한 전례가 있어 시장에서는 이번 레이트체크가 실제 개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다만 레이트체크만으로 엔화 약세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미국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는 한때 전날보다 0.07%포인트 오른 5.0%대를 기록했다. 마크 챈들러 배녹번캐피털마켓 수석시장전략가는 닛케이에 "엔화는 일본 금리보다 미국 금리에 더 민감하고, 미국 금리 상승이 엔화 매도·달러 매수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렸는데도 엔화가 약세를 보인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미국의 높은 금리가 이어지는 반면 일본은행의 다음 금리 인상 시점은 불투명해 미·일 금리차가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엔화 매도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자산운용사의 한 운용 담당자도 레이트체크를 두고 요미우리에 "솔직히 말해 효과가 거의 없다"며 "외환시장 개입이나 미국의 지원이 무한정 이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시장 참여자들이 알기 때문에 엔화 매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 잇따라 열리는 정상회담도 환율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회담하고, 이틀 뒤인 24일에는 워싱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연다. 닛케이는 일본의 금융·외환정책을 둘러싼 미국 당국자의 발언이 나올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그동안 일본 측에 엔화 약세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를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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