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수개월 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대응 의지를 시험하는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가 유럽 정보당국에서 나왔다. 다만 러시아의 공격이 실제 임박했는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몇달내 나토 회원국 침입 가능성…'집단방위' 시험하나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간) 유럽 정보당국 수장 3명을 인터뷰해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평가를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할 코우델카 체코 안보정보국(BIS) 국장은 러시아가 드론 공격을 늘리는 한편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나토 회원국 영토에 소규모로 침입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여기엔 제한적 형태의 침공, 위장 도발, 대대적인 선전 여론 공작 등이 포함될 수 있다며 이 같은 시나리오가 "수년이 아닌 수개월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전망에 대해 신중한 입장도 나왔다. 라트비아 국가안보국(VDD)의 노르문즈 메지에츠 국장은 "임박한 공격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가 유럽에서 보다 과감한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는 있다면서도 이것이 실제 공격 계획인지 아니면 유럽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럽 정상들도 정보당국의 평가를 토대로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상대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경고했다.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지난 17일 의회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지원 국가를 상대로 드론 미사일 공격을 벌일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는 러시아가 나토의 집단방위 약속(5조)이 실제 작동하는 것인지를 시험하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토의 집단방위 조항인 5조는 회원국 한 나라가 무력 공격을 받으면 이를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회원국들이 공격받은 국가를 지원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투스크 총리의 경고를 "근거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8일 파리에서 대선 후보 및 정당 대표들을 긴급 소집해 러시아발 위협 증가에 관한 첩보 등을 논의했다.
사보타주도 강화...우크라 지원 인프라·방산시설 겨냥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을 우려하는 배경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도 있다. 당시 미국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를 거듭 부인했다.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전쟁에 참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이들 국가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토의 집단방위 조항인 5조가 실제로 발동될 수 있는 수준의 직접적인 공격은 피해왔다.
대신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가들을 상대로 사보타주(파괴공작)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가디언은 인터뷰한 세 정보당국 수장 모두 러시아의 유럽 내 사보타주가 앞으로 수개월간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전했다.
특히 메지에츠 국장은 러시아의 사보타주 대상이 공포를 조성하기 위한 무작위 공격에서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된 인프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나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인프라에 이어 최근엔 방위산업 관련 시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웨덴군 정보당국 수장인 토마스 닐손 중장도 러시아의 사보타주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의 지원을 약화하고 나토 회원국 사이를 갈라놓으며 유럽인들을 불안하게 만들려는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가 나토 내부에서 논쟁만 이어지고 실제 대응은 나오지 않는 상황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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