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디저트로 변신한 '떡'... SNS 타고 2030 '떡지순례' 열풍, 왜?

  • 유명 과일찹쌀떡 40분 기다린 끝에 구매 가능

  • '떡지순례' 트렌드 언급 2278%↑ 디저트로 진화

  • 전통 간식에 새로움 더해 SNS 중심 젊은층 유행

  • 떡 인기에도 서울 전통 떡집은 5년 새 13.9% 감소

지난 21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한정선 매장 앞에 대기줄이 형성돼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지난 21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한정선 매장 앞에 대기줄이 형성돼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지난 21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과일찹쌀떡 브랜드 '한정선' 매장은 평일 낮인데도 대기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래도 생각보다 줄이 짫은데?'라며 대기줄 끝에 합류하려던 순간, 직원이 다가와 다른 곳을 가리켰다. '한정선 줄 서는 곳' 피켓 뒤로 대기행렬이 코너를 돌아 지하 1층 구석까지 이어졌다. 

대기줄 맨 끝에 합류한 지 5분 정도 지났을까. "딸기 전 제품 품절입니다!" "복숭아 요거트 품절입니다!" 매장 직원의 외침이 이어질 때마다 대기줄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맨 뒷줄에 선 기자가 매장에서 주문하기까지 30여분, 주문 후 번호표를 받아들고 보랭백에 담긴 찹쌀떡 제품을 수령하기까지 7분이 넘게 걸렸다. 

구매 시간 40분 정도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었다. 구매 인파로 북적이는 성수동 본점의 경우 키오스크로 먼저 대기 등록을 한 뒤 해당 순번이 돌아온 고객만 현장 대기줄에 설 수 있는 방식인데, 기자가 이날 성수 본점에 방문한 오후 4시30분에는 이미 키오스크 대기 등록마저 마감된 상태였다. 

 
지난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한정선 줄 서는 곳 피켓 뒤로 대기줄이 이어져 있다 사진 김현아 기자
지난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한정선 줄 서는 곳' 피켓 뒤로 대기줄이 이어져 있다. [사진= 김현아 기자]
 
한정선 매장에 진열된 과일찹쌀떡들 사진김현아 기자
한정선 매장에 진열된 과일찹쌀떡들 [사진=김현아 기자]

한정선의 대표 제품인 과일찹쌀떡은 팥앙금을 넣는 일반 찹쌀떡과 달리 딸기, 파인애플, 키위, 통귤, 홍시 등 생과일을 통째로 넣은 것이 특징이다. 요거트나 초코, 쑥을 접목한 변형 메뉴도 갖췄다. 개당 가격은 4000원에서 6500원 수준으로 저렴하지 않지만, 전통적인 느낌을 살린 패키지와 잘랐을 때 나타나는 알록달록한 단면 비주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화제를 모으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장 대기줄은 트렌드에 민감한 2030 세대가 주를 이뤘다. 친구들과 함께 매장을 찾은 대학생 김모씨(22)는 "얼마나 맛있길래 이렇게 인기인가 싶어 직접 사러 왔다"며 "친구들도 이렇게까지 기다려야 하냐고 했지만 직접 사서 먹어보니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청주에서 연차를 내고 왔다는 직장인 최모씨(28)는 "이걸 먹으려고 서울에 왔다"며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별로 비싸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떡 유행은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부산 영도구 남항시장 '영도다리떡방'에서 시작된 피자설기를 필두로, 현대적인 맛을 접목한 떡들이 인기를 끌면서 전통시장 내 떡집에도 길게 줄을 서는 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까치산시장 내 한 떡집 앞에 대기줄이 형성돼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까치산시장 내 한 떡집 앞에 대기줄이 형성돼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떡집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퓨전 떡들 사진 김현아 기자
떡집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퓨전 떡들 [사진= 김현아 기자]

지난 19일 찾은 서울 강서구 까치산시장은 골목 중반부터 길게 늘어선 인파로 붐볐다. '미래떡집'의 떡을 구매하려는 대기 줄이었다. 매대에는 망고설기, 딸기설기, 쿠앤크설기, 초코설기, 로투스설기 등 이색적인 메뉴들이 진열돼 있었다. 낮 12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초코설기와 로투스설기는 이미 품절된 상태였다.

이곳에서 만난 주부 이모씨는 "수십년째 이 떡집을 다녔지만 젊은 사람들이 줄까지 서서 사 먹는 모습은 올해 들어 처음 본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떡 소비 방식의 변화는 온라인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블로그에서 '떡지순례'가 언급된 게시물은 107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78% 증가했다. 반면 기존 떡 소비와 맞닿아 있는 '돌떡'과 '답례떡' 언급량은 같은 기간 각각 0.47%, 31.4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명절이나 경조사 때 박스 단위로 주문하던 떡이 SNS에서 이색 메뉴를 찾아 직접 매장을 방문해 사 먹는 일상 디저트로 소비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도 떡 인기에 맞춰 관련 상품과 행사를 확대하고 있다. GS25가 이달 초 한정선과 협업해 출시한 '한정선 요거트 찹쌀떡'은 출시 13일 만에 누적 판매량 38만개를 넘어서며 판매율 100%를 기록했다.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광주 '창억떡' 팝업에는 일주일간 1만명 이상이 찾았고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전국 유명 떡집을 모아 진행한 '떡지순례' 행사에는 2만명이 넘는 고객이 방문했다.
 
지난 21일 서울 성수동 한정선 본점 앞에 대기줄이 형성돼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지난 21일 서울 성수동 한정선 본점 앞에 대기줄이 형성돼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전문가들은 전통 간식이라는 익숙함 위에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퓨전 재료와 외적 요소를 결합한 점이 떡 유행을 끌어냈다고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희소성과 비주얼,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며 퓨전 디저트 떡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경험과 취향을 소비하는 디저트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같은 트렌드와 달리 동네 전통 떡집의 감소세는 이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시 내 영업 중인 떡집·떡방앗간 수는 2021년 말 1186곳에서 올해 9월 기준 1021곳으로 약 165곳(13.9%) 감소했다. 2021년 이후 매년 폐업 수가 신규 개업 수를 웃돈 가운데 올해 들어서도 42곳이 문을 닫았다.

유경배 한국전통떡류식품산업협회장은 "최근 퓨전 떡 트렌드는 새로운 맛과 형태를 접목해 외래 디저트와 경쟁하고 우리 떡 산업을 넓혀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유행을 계기로 떡에 대한 젊은 층의 인식이 개선되고 정부 차원의 자동화 시스템 지원이 이루어져 신규 인력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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