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구독·SNS는 누가 정리할까"…보험사, '디지털 유산' 정리 돕나

  • 사후 디지털자산 정리 필요 78%…실제 준비는 4%

  • 해외선 보험사가 계정 폐쇄 등 사후 행정 업무 지원

사진챗GPT
[사진=챗GPT]
사람이 세상을 떠나도 온라인에 남긴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부터 매달 결제되는 구독서비스, 클라우드에 저장한 사진과 파일까지 남겨진 가족이 일일이 찾아 정리해야 한다.

이처럼 사후 관리가 필요한 ‘디지털 유산'이 늘어나는 가운데 생명보험사가 유족의 계정 폐쇄나 구독 해지 등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디지털 유산 관리와 보험산업의 접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만 3세 이상 인구의 인터넷 이용률은 95.0%에 달했다. 특히 70대 이상 인터넷 이용률은 70.2%로 2020년 40.3%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디지털유산 정리를 사전에 준비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2023년 보험연구원이 실시한 보험소비자행태조사에 따르면 사후 디지털자산 정리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78.3%였지만 실제 준비했다는 응답은 4.1%에 그쳤다.

문제는 미처 정리하지 못한 디지털 유산은 고스란히 유족의 몫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고인이 이용하던 계정을 확인하더라도 비밀번호나 인증수단이 없으면 접근하기 어렵고, 서비스마다 사망 사실과 상속인 여부를 별도로 증명해야 할 수 있다. 구독서비스를 제때 해지하지 못하면 사망 이후에도 요금이 계속 청구될 가능성도 있다.

보고서는 생명보험사가 이 과정에서 역할을 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생보사는 사망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사망진단서나 기본증명서 등을 통해 피보험자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다. 필요한 경우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통해 수익자와 상속관계도 확인한다. 고인의 온라인 계정 등을 정리할 때 필요한 증빙과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이를 연계하면 유족의 행정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보험과 디지털 유산 관리를 결합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가입자가 생전에 계정과 문서, 사후 처리 의사 등을 정리해두는 '생전 준비형'과 사망 이후 유족의 계정 폐쇄와 구독 해지, 유산 정리 등을 돕는 '유족지원형'으로 나뉜다.

대표적으로 미국 메트라이프와 시큐리안파이낸셜은 전문업체 엠퍼시와 제휴해 단체생명보험 수익자에게 계정 폐쇄와 구독 해지 등 사후 행정 업무를 지원한다. 트랜스아메리카는 일부 생명보험 상품의 신규 가입자와 수익자를 대상으로 생전 디지털 유산 정리부터 사망 이후 유족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 이 같은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디지털 유산 처리에 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고인의 계정과 데이터 처리는 개별 사업자의 약관이나 자체 방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보고서는 관련 법적 기준과 전문 서비스 기반이 마련될 경우 계정·구독 정리 등과 같은 디지털 사후관리를 생명보험의 부가서비스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기존 상조 제휴나 유가족 안내, 신탁 등에 계정·구독 정리와 같은 실질적인 사후 행정 지원을 더해 보험의 보장 경험을 유족지원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확보한 정보를 디지털 유산 관리에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 부가서비스 제공에 따른 보험사의 역할과 책임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지 등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봤다.

정수정 연구위원은 "처리 기준이 미비한 상황에서는 보험회사가 개별적으로 서비스를 설계하기도 어려운 만큼, 현재로서는 이들 사례의 서비스 범위와 비용 구조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