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녹에게 '광화문연가'는 특별하다. 2007년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그는 '마니아적인 작품'에 주로 출연했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손에 꼽히는 대중적인 작품이었다. 그런 그가 이문세의 노래로 세대를 잇는 '광화문연가'의 월하가 됐다.
에녹은 28일 서울 강남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무한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가요 활동 등을 좋게 봐주신 덕에 인지도가 생겨서 '광화문연가'를 할 수 있게 됐어요. 인생이 풀려서 이런 작품도 한다는 게 신기해요."
그는 "(광화문연가는) 가요인데 가요가 아니고, 뮤지컬인데 뮤지컬이 아닌 그 중간에 있는" 작품이라며 "대중이 좋게 봐주신다"는 생각에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낯선 성격의 작품이지만, 작품 전반을 채우는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는 익숙하다. 에녹이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좋아해 온 음악이다. "이문세 선배님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면서 공부했었죠. 그래서 그런지 다른 뮤지컬에서 느끼지 못하는 추억을 계속 상기하는 힘이 있어요."
작품을 준비하면서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 어린 날의 실수도 떠올랐다. "가사들이 가슴을 후벼 팔 정도로 화살처럼 다가오는 순간들이 꽤 많았어요."
학창 시절 흘려들었던 가사도 이제는 다르게 들린다. '휘파람'의 '그대여 나의 어린애'라는 구절이 그랬다. "어린애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잖아요. 너무 사랑스럽고 예쁜데 못되기도 하고, 어떻게 할 수 없는데 또 소중하고. '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라는 뜻이었구나.'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번에 그렇게 느꼈어요."
좋아했던 노래를 직접 부르는 부담도 있다. "이문세 선배님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는 들려야 할 것 같고, 또 어느 정도는 안 들려야 할 것 같고요. 곡에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어요."
에녹이 연기하는 '월하'는 익살스럽게 극을 휘젓다가도 명우가 지나온 사랑과 삶을 돌아보도록 이끈다. 진지한 역할을 주로 해온 에녹은 처음엔 자신과 너무 다른 월하 때문에 애를 먹었다. "에너지도, 장난기도 제가 가진 것과 달라요. 애드리브처럼 풀어가야 하는 부분이 진짜 어렵더라고요. 농담 삼아 '저 알고 캐스팅한 거 맞죠?'라고 말할 정도였죠."
그러면서도 그는 “(월하는) 극 전체의 템포와 리듬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고 표현했다. “과거가 무겁거나 어렵거나 슬픈 감정, 아픔으로만 기억되지 않고 ‘그것조차도 아름다운 거야’라는 걸 심어주는 역할을 제가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 여러 배우가 거쳐 간 역할인 만큼 ‘나만의 월하’를 억지로 만들려 하지는 않았다. “좋은 교과서가 이미 두 분이나 계시니까 그것들을 흡수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에녹은 30대 후반 무렵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었다. “뮤지컬을 계속 하다 보니까 남의 인생만 살고, 남의 인생 노래만 하고 있더라고요. ‘내 얘기를 가사로 적어보자’ 해서 처음 만든 앨범이 있어요.” 지금도 종종 꺼내 듣는 노래가 ‘고래 한 마리’.
“지금 보면 앨범 자체가 욕심이 드글드글해요. 촌스럽기도 하고요. 그런데 기운이 빠질 때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고래 한 마리’를 들어요. 그때의 저를 돌아보게 되거든요."
앞날에 대한 계획은 딱히 없다. 그는 "제 삶을 지금 봐도 계획대로 된 게 없다"며 웃었다.
"제게 주어진 것을 즐기고 감사하면서 하다 보면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더라고요. '광화문연가'가 주어졌듯이요. 이것이 왔다는 게 선물 같아요. 선물을 기다리면서 지금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려고요."
공연은 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11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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