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 칼럼] AI 속도조절론에도 엔비디아가 배짱 부리는 이유

Nvidia CEO Jensen Huang gives a presentation in front of students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June 08 2026 Jointed Press Corps
Nvidia CEO Jensen Huang gives a presentation in front of students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June 08, 2026. Jointed Press Corps.

달라도 너무 다르다. 오픈AI는 킬스위치마저 먹히지 않아 통제 불능이 된 신모델 출시를 철회했다. ‘AI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린다. 반면 엔비디아는 미국 기업 사상 최대인 2350억 달러(약 320조원)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승인했다. 시장 우려를 비웃듯 자신감을 드러냈다.

엔비디아의 판단은 단순하다. 현재 주가가 저렴하다는 것이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6.5배로, 지난 15년 평균인 30배의 절반 수준까지 내렸다. 매 분기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에도 주가는 따라가지 못했다. ‘AI 피크아웃’과 초대형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한 회의론 탓이다.

애플도 비슷했다. 실적은 늘었지만 성숙기를 지난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기대는 ‘0’에 머물렀고 주가는 하락했다. 2024년 5월 애플은 110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이후에도 스마트폰 시장의 우위를 지키고 있다.

엔비디아의 선택 역시 단순한 주가 방어로 봐선 안 된다. 빅테크의 AI 인프라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플랫폼 전환’으로 볼 필요가 있다. 젠슨 황 CEO의 말처럼 한 세대에 한 번 일어나는 가속 컴퓨팅 대전환기다. 가속기·GPU를 향한 막대한 투자는 주춤할 기미가 없다. 이는 AI 밸류체인의 주가 압박을 완화하고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게 한다.

서비스를 맡는 오픈AI와 달리 인프라를 담당하는 엔비디아가 자신하는 이유는 뭘까. 오픈AI의 안전성 문제와 AI 에이전트 오작동은 애플리케이션과 알고리즘에서 발생한다.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의 의도를 파악하고 실현하는 난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기존 알고리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기술적 고비가 올 수밖에 없다.

앞서갈수록 고비도 먼저 온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선두 업체들이 속도조절론을 꺼낸 이유다. 그러나 신모델 출시가 늦어져도 경쟁은 계속된다. 경쟁업체의 추격, 글로벌 기업의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구축, 각국의 ‘소버린 AI’ 프로젝트로 인프라 수요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모델 연구의 일시적 차질이 하드웨어 수요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안전성 테스트에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파워도 모두 엔비디아 GPU 위에서 소모된다.

320조원 자사주 매입은 AI가 기대를 넘어 상용화와 대량 소비라는 ‘실질적 산업화’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안전성과 킬스위치 문제는 더 완벽한 AI로 가는 진통이다. 가속 컴퓨팅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하드웨어 왕좌를 지킨 엔비디아의 배짱은 AI 인프라 시장의 대세에 기댄, 침착하고 계산된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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