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시장금리와 대출금리도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물가와 주택가격·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한 금리 인상 필요성이 남아 있지만 높은 시장금리가 가계와 기업에 자금 부담을 키우고 있어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날 기준 연 4.89~6.88%로 집계됐다. 금리 상단은 7%에 근접했고 하단도 5%에 가까워졌다.
주담대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은행채(AAA) 5년물 금리는 이날 4.64%로 2023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기준금리가 추가로 움직이지 않더라도 시장금리 상승만으로 차주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는 환경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2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6년 9월)' 설명회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경제주체별 부담을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약 3조3000억원, 기업은 약 3조7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지난 8월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해당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위원들은 물가 흐름과 경기 개선세뿐 아니라 금융안정 상황과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부문 부담 등을 함께 고려했다. 향후 통화정책 역시 이들 요인을 종합적으로 살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약 81%까지 낮아졌지만 한은은 비율 하락만으로 가계의 부채 부담이 충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가계부채 비율 하락에는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따른 명목GDP 증가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자체 증가세와 수도권 주택가격 흐름은 여전히 금융안정의 주요 변수다. 실제 금리 인상에 찬성한 위원들도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누증을 금융안정 측면에서 주의할 요인으로 꼽았다.
금융안정에 이어 성장 측면에서도 금리 부담은 통화정책의 고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대출과 회사채 등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 기업이 투자 계획을 조정하거나 자금조달을 미룰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반도체 투자는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지난 10일 공개한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글로벌 AI 투자가 올해 61~9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내후년까지 두 자릿수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검증이 충분하지 않거나 외부자금 의존도가 높아지면 금융여건 악화가 관련 기업의 신용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수출과 투자 호조가 금리 상승의 충격을 얼마나 흡수할지가 관건인 셈이다.
미국 장기금리와 국내 장기금리의 연동성 역시 국내 금융 여건을 좌우하는 변수다. 한은 경제연구원이 지난 20일 공개한 '한·미 장기금리 동조화 현상 분석'에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충격이 한·미 장기금리 동조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외 충격은 중앙은행의 향후 정책에 대한 시장 기대를 통해 국내 장기금리로 파급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한은은 정책 기대가 주요 전달경로인 만큼 시장과 소통해 국내 금리의 동조화 현상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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