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료원은 2023년 타당성 재조사에서 좌절된 뒤 어린이 치료 기능을 강화한 200병상 종합병원으로 다시 설계됐다. 상편에서는 공공병상 부족과 소아청소년 의료 취약성, 2023년 타당성 재조사 탈락 이후 사업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살펴봤다. 하편에서는 올 하반기 문을 여는 300병상 규모 산재전문공공병원과의 역할 분담, 전문의 확보와 재원조달 등 울산의료원이 실제 문을 열기까지 넘어야 할 현실적인 과제를 짚는다. <편집자주>
울산의료원이 다시 추진되는 사이 울산의 공공의료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울주군 범서읍에는 근로복지공단 울산병원이 300병상, 18개 진료과 규모로 개원을 앞두고 있다. 산업재해 환자의 치료와 재활이 주된 기능이지만 지역 주민을 위한 일반 진료와 필수의료 역할도 함께 맡게 된다.
여기에 200병상 규모의 어린이 치료 특화 울산의료원까지 들어설 경우 울산의 공공병상은 단기간에 크게 늘어난다. 그동안 공공의료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울산 입장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병상 수가 늘어난다고 곧바로 공공의료 체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두 공공병원이 어떤 기능을 나눠 맡을지, 필요한 의료진을 어떻게 확보할지,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감당할지가 울산의료원 두 번째 도전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
근로복지공단 울산병원은 산업재해 치료와 재활에 특화된 공공병원이다.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 등을 중심으로 산재근로자의 치료부터 직장 복귀까지 연결하고, 감염병 등 국가적 위기 상황과 지역 공공의료에도 대응하는 구조다.
반면 울산시가 다시 추진하는 의료원은 어린이 치료와 지역 필수의료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요한 것은 두 병원의 병상 수를 단순히 합하는 일이 아니라 기능을 어떻게 구분하고 연결하느냐다. 산재·재활 분야와 어린이·필수의료 분야의 역할을 분명히 하면서, 응급과 내과계 진료처럼 일부 겹치는 영역에서는 상호 연계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두 병원이 각각 따로 움직이기보다 울산 전체 공공의료 체계 안에서 기능을 나누고 빈틈을 메우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는 의료인력이다.
10월 개원을 준비 중인 근로복지공단 울산병원은 전문의 확보 과정에서 이미 어려움을 겪었다.
16개 진료과 전문의 35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14명 수준에 그쳤고, 응급의학과와 산부인과, 신경과 등 일부 진료과에는 지원자가 없었던 것으로 보도됐다. 이후에도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병동 당직의 등을 대상으로 추가 채용이 이어졌다.
이 문제는 어린이 치료 특화 울산의료원도 피해가기 어렵다.
병원을 건립하더라도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 등 필요한 전문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어린이 치료 특화'라는 기능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특히 어린이 치료를 특화하려면 외래진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입원과 응급, 검사와 영상진단, 마취, 중환자 대응까지 뒷받침할 전문인력과 지원체계를 함께 갖춰야 한다.
지난 달 29일 울산시의회에서 열린 '울산 지역 필수 공공의료 확충방안 토론회'에서도 의료인력 문제는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토론회에서는 단순히 외부에서 의사를 데려오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지역에서 교육하고 수련한 의료인력이 울산에 정착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정백근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는 "지역에서 활동할 의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지방의대가 학생 선발과 교육, 임상실습, 전공의 수련, 지역 정착까지 이어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동윤 울산대 의대 교수도 "젊은 의사들이 울산에 머물 수 있도록 수련 여건과 근무환경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의료원의 의료인력 대책 역시 개원 시점에 필요한 의사를 몇 명 채용할 것인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 지역에서 의사를 길러내고 수련과 취업, 정착까지 연결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병원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재원과 사업방식도 다시 검토되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달 '어린이 치료 특화 울산의료원 설립 민간투자 적격성 검토 용역'을 재공고했다. 공고상 사업금액은 4000만원이며 지난 달 29일 입찰이 마감됐다.
현재 단계에서 구체적인 사업방식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민간투자 적격성 검토와 별개로 국가정책사업 반영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국비 확보 등의 절차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기존 북구 자료에는 울산의료원 사업비가 총 1779억3100만원으로 제시돼 있다. 국비 806억3800만원, 시비 972억9300만원 규모다. 다만 해당 자료에도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사업비가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더욱이 이 사업비는 기존 계획을 바탕으로 산정된 수치인 만큼 현재 200병상 어린이 치료 특화 모델에 맞춘 최종 사업비와 재원분담 구조는 향후 사업계획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다시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
울산시는 울산의료원과 관련한 개발제한구역(GB) 해제 등 선행 행정절차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국가정책사업 반영과 예타 면제까지 받아내야 하는 만큼 실제 착공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행정절차도 적지 않다.
울산은 공공의료 기반이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는 분명한 필요성을 안고 있다.
소아청소년 입원 관내의료이용률과 인구 대비 소아청소년과 의원 수도 상대적으로 낮아 어린이 필수의료를 강화해야 할 이유도 충분하다.
동시에 올해부터는 300병상 규모의 산재전문공공병원이라는 새로운 공공의료 자원이 생긴다. 울산의료원 논의 역시 과거처럼 단순히 공공병상을 늘리는 문제만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워졌다.
어린이 치료와 필수의료 기능을 기존 의료기관과 어떻게 나눌 것인지, 산재전문공공병원과 어떤 방식으로 연계할 것인지, 필요한 의료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운영 문제도 남아 있다.
공공병원은 민간의료기관이 맡기 어려운 필수의료와 취약계층 진료를 담당한다. 따라서 건립 이후 필요한 운영재원을 어떤 방식으로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경영구조를 만들 것인지도 사업계획 단계에서 함께 따져봐야 한다.
2023년 울산의료원의 첫 번째 도전은 경제성과 종합평가의 문턱에서 멈췄다.
이번 두 번째 도전은 병원을 지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넘어, 산재전문공공병원과 무엇을 다르게 하고 어떤 기능으로 운영할지, 필요한 의료진을 어떻게 확보하고 지역에 정착시킬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해 지속가능한 공공병원으로 만들 것인지까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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