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와 나 사이의 적정 거리…드라마 '최애의 사원'

  • 오래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적당한 거리에 대하여

드라마 최애의 사원 메인 포스터 사진  tvN
드라마 '최애의 사원' 메인 포스터 [사진 = tvN]

사랑에는 때로 거리가 필요하다. 특히 팬과 아티스트 사이의 사랑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 거리를 좁히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다. 드라마 '최애의 사원' 속 남다름(김혜준) 역시 그렇다.

학창 시절부터 12년 동안 아이돌 그룹 D.N.X의 멤버 이찬(차우민)을 좋아해 온 다름에게 덕질은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해준 힘이자, 자신의 삶을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었다.

다름은 결국 그 거리를 직접 좁혀보기로 한다.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이찬이 있는 스타트업 아펠로로 이직한다. 대기업 출신에 화려한 스펙을 갖춘 다름이 작은 회사에 입사하자 처음에는 경쟁사의 '스파이'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는다. 하지만 그가 아펠로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최애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멀리서 바라만 보던 최애와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그가 내 존재를 알아보고, 나를 특별한 팬으로 기억하는 일. 이찬과 다름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다름은 누구보다 완벽한 '성덕'이 된 듯 보인다.

그런데 최애와 가까워지는 것은 정말 행복하기만 한 일일까. 사실 거리를 좁히고 싶어 하는 것은 팬만이 아니다. 최근 아티스트들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팬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팬 소통 플랫폼 '버블'이다. 팬은 공식적인 무대나 방송 밖에서도 아티스트가 보내는 메시지를 받아보고 직접 답장을 보낼 수 있다.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한 감각을 준다는 점에서 팬과 스타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크게 줄여주는 방식이다.

1일 버블을 시작한 배우 이광수 역시 적극적인 소통으로 화제를 모았다. 서비스 시작 직후부터 팬들과 활발하게 메시지를 주고받고, 이튿날 오전에는 팬들에게 먼저 말을 걸며 버블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버블 같은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서 팬과 아티스트가 체감하는 친밀감은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문제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어느 순간 '가까워질 권리'로 바뀌기도 한다는 데 있다. 버블은 매달 구독료를 내는 유료 서비스다. 메시지 빈도가 적은 일부 아티스트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 이른바 '돈값'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다시 말해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사랑이 어느 순간 '네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요구로 바뀌기도 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시간과 마음을 쏟았다는 이유로 상대의 삶에 자신도 일정 부분 권리를 갖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최애의 사원'도 비슷한 감정의 모순을 보여준다. 다름은 오랫동안 바라온 최애와 실제로 가까워졌지만, 두 사람 사이에 생긴 것은 행복한 순간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이찬에게도 다름은 오랫동안 자신을 응원해 준 특별한 팬이었다. 그만큼 이찬 역시 다름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신을 오래 바라봐준 사람을 잃고 싶지 않은 애틋함과 함께, 다름이 앞으로도 자신을 가장 중요한 존재로 여겨주길 바라는 기대가 겹쳐 있다. 팬이 스타에게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기대하듯, 스타 역시 자신을 오래 사랑해 준 팬이 계속 같은 자리에 머물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다름에게 이찬을 좋아하는 것과 이찬의 사람이 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었다. 결국 다름은 이찬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상대인 강하기(강훈)를 선택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이 팬심의 완성은 아니다. 그 사람에게 받은 위로와 기쁨을 자신의 삶에 돌려놓고,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다시 건네는 것도 팬이 사랑하는 방식이다. 다름이 내린 답도 이와 닮아 있다. 다름은 결국 D.N.X의 담당자가 된다. 최애가 무대 위에서 빛날 수 있도록 다시 이찬의 뒤에서 돕는 길을 택한 것이다.

팬심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대가 없는 사랑이라고 부르기에는 팬 역시 알아주기를 바라고, 가까워지고 싶어 하고, 때로는 서운해하기도 한다. 단순한 동경이라고 하기에는 한 사람의 삶을 오랫동안 움직일 만큼 깊기도 하다.

사랑에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무작정 멀리 있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어디까지 다가갈 수 있고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지를 스스로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팬심에는, 정말로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거리를 지키면서도 누군가의 행복을 오래 응원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팬심이라는 사랑이 가진 가장 특별한 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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