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 지난 6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치른 친선경기에서 전반 6분 오른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낮게 깔아 찬 공이 골문 오른쪽 구석에 꽂혔다. 자신의 151번째 A매치에서 나온 통산 59호 골이다.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58골을 넘어 한국 남자 축구 A매치 최다 득점자가 됐다. 지난달 28일 우루과이전에서 58호 골로 동률을 이룬 지 두 경기 만이다. 한국은 오세훈의 추가골을 더해 2-0으로 이겼다.
기록이 바뀌기까지 47년 9개월여가 걸렸다. 차 전 감독은 A매치 136경기에서 58골을 넣었고, 마지막 골은 1978년 12월 방콕 아시안게임 중국전에서 나왔다. 이후 수많은 공격수가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누구도 그 벽을 넘지 못했다. 황선홍의 50골이 가장 가까이 다가선 기록이었다.
손흥민은 2010년 12월 시리아와 치른 친선경기에서 처음 성인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이듬해 아시안컵 인도전에서 첫 골을 넣은 뒤 15년 동안 대표팀 공격의 중심을 지켰다. 2014년 브라질부터 올해 북중미까지 4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았고, 아시안컵에도 네 차례 나섰다. 토트넘 시절에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올랐고, 지난해 5월에는 주장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대표팀에서 보낸 시간은 그 이력만큼 무겁다. 장거리 이동과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태극마크를 외면하지 않았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는 와일드카드로 나서 금메달을 이끌었고, 그해 9월부터 대표팀 주장 완장을 찼다.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오래 완장을 찬 주장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차범근·홍명보가 함께 갖고 있던 A매치 최다 출전 기록(136경기)도 넘어섰다. 그는 경기 뒤 기록은 경기장에서 플레이를 잘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했다. 59골에는 그렇게 쌓아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손흥민은 올해 34세다. 대표팀 유니폼을 언제까지 입을지는 알 수 없다.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는 끝내 골을 넣지 못했다. 대표팀은 대회 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 체제로 다시 출발했고, 9~10월 A매치 4연전을 2승 1무 1패로 마쳤다. 이제 한국 축구의 과제는 '포스트 손흥민'을 준비하는 일이다. 언제까지 손흥민 한 사람의 결정력에 기댈 수는 없다. 월드컵을 치른 지금이 다음 세대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때다. 유소년 육성과 선수 발굴을 강화하고 대표팀 세대교체를 서둘러야 한다.
차범근의 58골은 반세기 가까이 한국 축구의 이정표였다. 그 자리에 이제 손흥민의 59골이 놓였다. 이 숫자도 언젠가는 깨져야 한다. 손흥민을 넘어서는 후배가 나올 때 한국 축구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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