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2기 정책팀이 꾸려졌다. 새 인물들은 아니다.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성장수석 그리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자리에 모두 1기 구성원들이 승진 기용됐다. 그래서인지 이번 인사에 대한 여론 반응은 다소 비판적이다.
포석 단계인 이 시점이 대단히 중요하다. 책임 있는 정책당국(Authority)에 제언 삼아 2기 경제팀 과제를 정리해본다. 먼저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하느냐는 문제다. 바꾸라는 쪽에선 정부가 시장을 이기려드는 지금 기조로는 안 된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상법 개정 등 분위기를 타고 코스피 지수가 급등하고 여론이 환영 일색일 때의 정책 기조가 그대로 아닌가? 그사이 뭔가 바뀌기라도 했단 말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중도보수·중도개혁 정책 기조에는 문제가 없다. 죄가 있다면 정책의 완급과 치밀성 그리고 시장의 기대수준 조절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못한 점이 크다. 1기 정책팀의 최대 과오다. 어차피 정부는 시장과 밀고 당기며 게임을 벌이게 돼 있다. 다만 그 완급과 치밀한 준비 여부에 따라 순풍과 역풍이 교차할 뿐이다.
그런데 코스피가 5000을 넘을 무렵인 올해 초, 완급 조절이 절실했던 상황이었다. 어느 정도 브레이크를 밟아주며 숨 고르기를 했어야 했는데 액셀을 밟은 격이다. 그것도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부동산 문제를 너무 거칠게 다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무적 입김이 경제적 판단을 압도했을 가능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치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면 정책담당자는 살 수 있을지 몰라도 귀중한 교훈이 사라진다. 1기 경제팀의 과오는 분명하다. 함정에 빠진 점이다. 정책의 약발이 먹히는 듯 보일 때 갖게 되는 자만(Complacency) 함정이다. 이 함정에 빠지면 곧바로 정책실패로 이어진다. 시대와 나라, 진보·보수 정권을 불문하고 경제정책의 일관된 교훈이다.
2기 경제팀은 무엇을 바꿔야 할까. 무엇보다, 스타일과 정책 전달 체계를 바꿔야 한다. 앞선 기고에서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라는 용어로 이미 설명하고 조언한 바 있다. 정책 기조 못지않게 정책 스타일과 전달체계 등을 크게 바꾸는 것도 중요한 레짐 체인지다. 이번 정책팀의 최우선 과제는 1기의 ‘구윤철-김용범 레짐’에서 2기의 ‘이형일-하준경 레짐’으로 분명하게 변화한 사실을 시장에 확인시키는 일이다.
제일 먼저 정책당국 내부의 화학적 변화가 필요하다. 가장 급한 곳은 어쩌면 대통령과의 관계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가급적 전면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 좋다. 물론 대통령도 마음이 급할 것이다. 보수 쪽 정책을 능가하고 싶고, 진영 내에서도 연일 발목을 잡는 기득권(?) 진보세력과도 차별성을 보여주고 싶을 수 있다. 그런데 자기 사람은 부족하고 시간마저 쫒기는 심경일 것이다.
이 지점에서 대통령은 관료 출신 대신 자신의 민간 출신 정책 브레인(하준경 실장)을 택했다. 대신 중량감이 조금 약해 보인다. 기대와 염려가 교차하는 대목이다. 장단점 중 장점을 살려야 한다. 정책 전달체계 곳곳에 아군과 우군을 서둘러 전진 배치하고 정책 기획과 집행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스크럼을 짤 인력이 못 되면 전략적 진지를 늘려야 한다. 필요하다면 외곽 조직까지 더 활용해 보라. 정책팀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잡고 내려오는 지시만 기다리는 문고리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난타를 당하는 부동산 정책과 농지조사도 기본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니지 않은가. 결국 국민 공감 속에 수술방법을 정하는 문제였다. 정교한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환부를 놓고 ‘일시에’ ‘체질 전체’를 바꾸겠다는 식으로 시장에 ‘왜곡’ 전달된 게 화근이다. 처음 정책 조율이 잘못됐다고 본다. 금융실명제 당시 금융실명단이 있었다. 이 실명단이 미리 수많은 시나리오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장 부작용을 줄였던 경험에 비춰보면 이번 부동산 정책은 너무 부족했다. 소셜네트워크(SNS)를 활용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사전 정책 조율과 준비가 치밀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농지조사만 해도 그렇다. 정부 수립 후 농업 발전 구조개혁의 일관된 원칙은 경자유전을 통한 직업적 부농 육성이다. 그러나 전국의 현실은 퇴행, 역행이었다. 그나마 농지조사, 경자유전, 부농 육성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곳이 한 군데 있기는 하다. 철원평야가 있는 강원도 철원 동송읍 같은 곳을 보라. 웬만한 중소도시 못지않은 소득과 소비수준을 보여주는 이곳도 휴전선이 코앞이 아니었다면 벌써 투기 대상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농지개혁과 농지조사, 반드시 계속해야 한다.
정책 기조의 유연한 손질 외에 2기 경제팀의 또 하나 과제는 실점을 줄이고 작지만 마지널할 득점을 계속 올리는 것, 결과적으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는 일이다. 이 길이 내후년 총선까지 2기 경제팀의 숙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경제에선 KO승보다 판정승이 바른 길이다. 사실 이미 거둔 성과들도 많다. 주식과 부동산 등에 가려서 수없이 많은 작은 득점들이 심사위원들의 채점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느낌이다.
예컨대 이달 초 4차 소각이 이뤄진 장기 연체 채권 정리 정책도 단순한 퍼주기로 오인받는 듯해 아쉽다. 이번 정책은 연체 채권 소각이라는 일회성 조치보다 시효관리와 추심 제도의 개혁이 핵심이다. 그동안 관행으로 연장되던 소멸시효를 ‘원칙적 완성, 예외적 연장’으로 전환했고, 채무자도 모르는 사이에 시효가 연장되던 지급명령 공시송달 특례도 없앤다. 왜 이제야 이런 개선이 이뤄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은 속이 다 후련할 것이다. 각종 국제적 비교지표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것도 적잖은 성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디지털 정부 평가 2년 연속 1위,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글로벌 혁신지수 세계4위(아시아1위), IMD 국가경쟁력 평가 여섯 계단 상승 등 재료는 많다.
1기 정책팀의 과감한 혁신과 국민성장펀드 등 투자를 지속 추진해 잠재성장률을 계속 끌어올리는 일도 당연한 지속 과제다. 또 경제성장의 성과가 가시화되는 만큼 성장의 온기를 더 널리 확산하는 데도 각별히 신경 써 주기를 당부한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국제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미국 미주리대 경제학 박사 ▷매경TV·매경출판 대표, 매일경제신문 워싱턴 특파원, 논설위원 등 ▷서울대 경제학부 객원교수 ▷아주경제 논설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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