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부동산·대북정책을 보며 문재인 정부의 그림자가 짙어진다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각 정부를 취재한 시기와 기간은 다르지만, 두 정부를 현장에서 지켜본 청와대 출입기자로서 느낀 점이다.
국민과 시장의 반응보다 정책의 명분을 앞세우고, 북한이 실제로 보인 행동보다 앞으로의 대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 닮아가고 있다. 실용을 내건 정부라면 과거의 실패부터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세금과 대출 규제를 거듭했지만 주거 불안을 해소하지 못했다. 임기 말 문 대통령 스스로 주택 공급에 더 노력했어야 했다고 인정했다. 부동산 정책의 옳음을 강조하는 동안 국민은 치솟는 집값과 상대적 박탈감을 감당해야 했다.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의지만으로 시장의 수급을 대신할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이었다. 사실 그 교훈은 더 거슬러 올라가 노무현 정부 때 이미 겪었던 것이다.
전세가 사라져가는 추세라는 대통령의 진단도 세입자의 불안을 덜어주지는 못한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제도의 미래에 대한 설명보다 당장 이번 달에 감당할 수 있는 주거비다. 정책을 방어하는 데 시간을 쓰다 공급의 때를 놓친 문 정부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특히 “이 정부는 합니다”라는 의지는 구체적인 정책과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감당할 수 있는 집값과 전·월세, 안정된 주거이기 때문이다.
대북정책에서도 경계할 지점이 선명하다. 문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은 2020년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앞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정상회담의 장면과 선언이 북한의 행동을 바꿀 보증서는 아니었다.
지난달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다쳤다’라는 간단한 표현으로 부족할 만큼의 중상을 입었다. 이 대통령은 진상 조사를 지시하고 부상 장병을 위문했다. 군도 지난 5일 북한이 군사분계선 이남에 매설한 지뢰가 원인이라고 최종 판단하고 제거 작전을 벌였으며 북한에 사과를 요구했다. 필요한 조치였다. 이제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도 확인된 북한의 책임에 걸맞게 분명해져야 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이번 사태를 “불의의 사고”로 표현하고 북한의 책임에 대한 언급 없이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을 촉구했다. 유엔사는 전날 군사분계선 남쪽에서 북한 지뢰를 발견해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군사력 강화 약속과 함께 장병을 해친 행위에 대한 단호한 원칙을 분명히 했어야 했다.
대화 추진과 책임 추궁은 함께 가야 한다. 북·미 대화의 기회를 살리겠다는 구상도 우리 장병의 안전과 주권을 지킨다는 원칙 위에 서야 한다. 부동산과 안보는 국민의 삶과 생명이 걸린 문제다. 선한 의도나 강성 지지층의 박수로 정책의 성적표를 대신할 수 없다. 계속되는 아집은 버리고 열린 자세로 과감하게 국정운영 방향을 바꿀 줄도 알아야 한다. 국민에게 같은 대가를 다시 치르게 할 권리는 어느 정부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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