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광로 내화물 제조에서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의 핵심 소재를 생산하기까지 걸린 시간 63년.
한국 제조업의 역사를 논할 때 포스코그룹은 빠질 수 없다. 쇳물과 용광로를 상징하는 전통적인 '굴뚝산업'에서 출발해 이차전지 소재,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신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포스코그룹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포스코퓨처엠이다. 리튬과 양·음극재를 아우르는 이차전지 소재 기업이다.
이 회사는 1963년 내화물 기업인 삼화화성에서 출발해 2010년 LS엠트론 음극재 사업부 인수, 2018년 양극재 사업 진출을 거쳐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양극재를 동시에 생산하고 있다. 원료·기술 불모지에서 태어난 한국의 작은 소재 기업이 어떻게 석탄 부산물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를 추출해내는 글로벌 기업으로 재탄생했을까. 포스코그룹의 원자재 경쟁력을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로 연결하는 핵심 공급망 역할을 하는 포스코퓨처엠의 성장 스토리를 알아보자.
◆ 폐기물의 반란···석탄 찌꺼기에서 배터리 핵심 원료로
포스코퓨처엠은 철을 만들 때 발생하는 검은 액상 부산물인 콜타르에 주목했다. 콜타르를 가공해 얻은 피치는 탄소 소재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회사는 고온 내화물을 다루며 축적한 원료 가공 및 초고온 열처리 기술을 배터리 공정에 적용해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인조흑연 음극재 사업을 육성했다. 제철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배터리 소재로 연결해 철강 중심의 사업 기반을 미래소재 영역으로 확장한 것이다.
음극재는 인조흑연과 천연흑연으로 나뉘는데 포스코퓨처엠은 이 두 가지 핵심 소재를 모두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특히 음극재 핵심 원료인 흑연은 9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포스코퓨처엠은 중국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흑연 원광 확보부터 구형 흑연 제조, 최종 음극재 생산까지 전 공급망을 보유한 기업이다. 미국과 유럽이 공급망 다변화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고 있어 한국 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의 지정학적 위치가 빛나는 상황이다.
이 회사의 강점은 수직계열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이다. 포스코홀딩스를 통해 아르헨티나 염호와 호주 광산에서 리튬을 확보하고, 니켈 공급망도 갖추고 있어 원료 수급이 안정적이다. 흑연도 포스코인터내셔날을 통해 사전에 확보한 아프리카 광산에서 조달하고 있다. 여기에 음·양극재 국산화, 전구체 국산화를 통해 원료부터 최종 소재까지 '탈중국화'에 최적화됐다. 현재 회사가 추진 중인 베트남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은 착공 전임에도 이미 생산 예정 물량이 완판될 정도로 글로벌 러브콜을 받고 있다.
◆ 흑역사 극복한 'K-소재' 성공 방정식...1만대 주가 60배 폭등
포스코퓨처엠의 체질 개선 스토리는 단순한 신사업 진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술은 있으나 자본과 원료가 부족해 숱한 부침을 겪었던 한국 제조업 역사에서 기존 굴뚝산업의 기술 자산을 버리지 않고 미래 차세대 친환경 산업과 융합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한 대표적 모범 답안으로 평가받는다.
사업 체질 개선 성과는 주가의 폭발로 증명됐다. 내화물·석탄화학 사업 중심 시절 1만~2만 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배터리 소재 사업을 본격화한 시기 10만 원대로 뛰어올랐고, 포스코케미칼에서 포스코퓨처엠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2023년 사명 변경 당시만 해도 10만 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그해 7월 최고가(67만 3180원)까지 치솟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굴뚝주'에서 '미래 성장주'로 기업의 밸류에이션(PER)이 재평가된 것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전기차뿐 ESS(에너지저장장치), 피지컬 AI 등에도 대비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GPU는 24시간 중단 없는 전력 공급과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가 필요하기에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수십 배의 전력을 소모한다. 휴머노이드에 탑재되는 배터리 역시 고용량·고출력이 필수 조건이다. 이는 곧 엄청난 양의 양·음극재 수요로 이어진다. 이를 위해 포스코퓨처엠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의 가치는 주가가 증명한다. 현재 이 회사 주가는 17만 7200원(13일 종가)로 전일 대비 0.11% 상승했다. 올 연중 고점(30만 4000원 5월 7일) 대비 43.4% 하락한 수치다. 증권가 애널리스트 26명의 올해 평균 목표 주가는 18만4000원으로 최고 상단은 32만원이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 연말로 갈수록 GM 얼티엄셀즈 재가동, 미국 해외우려기관 미포함(Non-PFE) 양극재 공급망 대응 전략, 그룹사의 수직계열화 밸류체인 프리미엄이 부각될 것"이라며 "2027년까지 실적 개선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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