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항과 역 등에 버려진 여행가방(슈트케이스)이 늘면서 경찰과 지자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도쿄에서 경찰이 수거한 여행가방은 약 4600개로 3년 전의 1.8배에 달했다. 열 개 중 일곱 개는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보관·관리 부담을 경찰이 떠안는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도쿄 분쿄구의 경시청 유실물센터 창고에는 캐릭터 스티커나 항공사 태그가 붙은 갖가지 여행가방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대부분 공항과 역 구내, 도로 등에 방치됐던 가방이다. 경찰서별로는 하네다공항을 관할하는 도쿄공항경찰서를 거쳐 유실물센터로 들어온 것이 가장 많았다. 주인이 3개월 안에 찾아가지 않은 가방은 소유권이 도쿄도로 이관되고, 이후 입찰을 통해 업체에 매각된다.
하네다공항뿐 아니라 다른 공항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간사이국제공항에서는 4~8월 여행가방 315개가 발견됐지만 주인에게 돌려준 비율은 40%에 그쳤다. 나리타공항에서 2025회계연도에 수거한 여행가방은 1201개로 3년 새 1.5배로 늘었다. 주부국제공항에도 매달 약 50개가 방치되고 있다.
니시카와 료 릿쿄대 교수(관광학)는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는 여행가방 방치 문제가 일본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비교적 저렴하고 질 좋은 가방을 쉽게 살 수 있다 보니, 귀국길에 더 큰 가방으로 바꿔 사고 쓰던 가방은 두고 떠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방치된 가방이 늘면서 보관과 보안 검사에 드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경시청은 부피가 큰 가방을 보관하기 위해 유실물센터 안에 공항에서 들어오는 물품 전용 공간을 새로 마련했다. 아이치현 경찰 주부공항경찰서는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여행가방을 의심 물체로 보고 폭발물 검사와 엑스레이 검사를 한다. 이 경찰서 간부는 "검사에 시간과 인력이 많이 든다. 공항 경비 등 본래 업무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시청은 여행가방 방치가 폐기물처리법에서 금지하는 불법 투기에 해당할 수 있다며 홈페이지에서 영어·중국어와 함께 한국어로도 "필요 없는 여행가방을 방치하는 것도 범죄가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자체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도쿄 도시마구가 2025회계연도에 확인한 방치 여행가방은 약 290개로, 호텔과 민박이 많은 이케부쿠로 지역에 집중됐다. 구가 관리하는 도로에 버려진 가방은 원칙적으로 발견 당일 수거해 산업폐기물로 처리하며, 비용은 구 예산으로 충당한다.
큰 가방이나 튼튼하게 만들어져 분해하기 어려운 가방은 대형 폐기물로 배출해야 하지만, 여행객에게는 마땅한 처리 수단이 없다. 이에 도시마구는 지난 7월 민간 업체 두 곳과 협약을 맺고 가방 수리·매입이나 개당 2500엔의 방문 수거 서비스를 소개하는 전단을 관광안내소와 숙박시설에 배포한다. 나아가 여행가방 방치를 규제하기 위해 기존 무단투기 금지 조례를 개정하거나 새 조례를 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번 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조례를 정비하는 것이 목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