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중앙박물관이 충북 보은 출신 애국지사의 유묵으로 소개했다가 친일파 박중양(1874~1959)의 글씨로 확인돼 철거한 유물이, 다름 아닌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의 개인 소장품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소장품의 부실 검증 논란에 더해 박물관 수장이 본인 소장품을 '셀프 추천'해 국립박물관에 전시하고, 논란 발생 후에도 소유주를 숨겨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덕성 비판과 함께 '작품 세탁'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물관 측은 논란이 된 유묵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라는 뜻)'에 대해 "유홍준 관장의 소장품"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유 관장은 지난 2019년 한 온라인 경매에서 시작가 1만원에 출품된 이 유묵을 단돈 5만원에 낙찰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7월 국립중앙박물관이 개최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해당 유묵이 출품됐다. 박물관은 서명인 '한인(韓人) 박원근'을 토대로 비교할 유품이 전무함에도 소장자인 유 관장의 전언 등을 바탕으로 이를 독립운동가 박원근(1912~1950) 지사의 작품으로 단정해 전시했다.

전시 개막 당시 유 관장은 해당 유묵을 "임진왜란 최초 승병장인 영규대사가 충청도에서 의병을 일으키면서 외친 '밥 한 그릇도 나라의 은혜다'라는 말씀을 담은 글"이라며 "이번 전시에서 크게 감동받은 작품"이라고 직접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막 한 달여 만에 제보를 통해 '박원근'이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중추원 고문을 지낸 대표적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본명이자 또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박물관은 검증을 거쳐 이를 확인한 뒤 유묵을 전격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박물관과 유 관장은 유 관장 명의의 사과문과 강연을 포함해 총 네 차례에 걸쳐 검증 절차가 미흡했음을 인정하며 "역량 부족이자 실수이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그 어떤 사과 과정에서도 해당 유묵의 소유주가 유 관장 본인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아 '의도적 은폐'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물관 측은 "소장자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법 및 국제박물관협회(ICOM)의 표준 윤리 강령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유 관장은 '부여군립미술관' 건립을 위해 서화, 도자기, 민속품 등 865점을 기증한 바 있으며, 추후 '일반시국은' 유묵 또한 기증할 예정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화계와 정치권의 시선은 냉담하다. 국립박물관 수장이 자신이 소장한 5만원짜리 미검증 유묵을 스스로 추천해 국립박물관 특별전에 올린 행위 자체가 심각한 이해충돌이자 직권남용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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