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부동산, 미분양 5만 건 돌파...대출금리 16%에 집주인도 '백기'

  • 대출금리 상승에 집주인들 매물 처분... 일부 호가 30~40% 인하

  • 현지인들 "집 없는 사람 많은데 왜 미분양 쌓이나"... 가격 부담 지적

호찌민시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 주거단지 사진김혜인 통신원
호찌민시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 주거단지 [사진=김혜인 통신원]
베트남 부동산시장에서 미분양 물량이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가운데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집을 처분하는 사례까지 늘고 있다. 높은 주택 가격과 금리 부담으로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개발업체의 미분양 재고와 기존 주택 소유자들의 급매물이 동시에 증가하는 모습이다.

20일(현지 시각) 베트남 매체 VnExpress가 인용한 베트남 건설부의 3분기 부동산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34개 지역 중 27개 지역에서 미분양 물량이 증가했다. 개발업체가 보유한 미분양 주택과 토지는 약 5만195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6717건보다 94% 넘게 늘었다.

재고는 아파트 1만5319가구, 개별주택 1만7089가구, 토지 1만9542필지로 집계됐다. 특히 토지 재고는 직전 분기보다 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부동산 거래는 9만2000건을 웃돌았지만 전분기 대비 8% 줄었다. 지역별 거래 부진도 두드러졌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DKRA에 따르면 호찌민시와 인근 동나이·떠이닌 지역의 3분기 토지 공급 물량 8324개 필지 가운데 실제 판매는 119개 필지에 그쳤다. 판매율이 1~2%에 불과한 셈이다. 타운하우스와 빌라 판매율도 7%, 아파트는 26%에 머물렀다.
 
대출금리 최고 16%…이자 부담에 집까지 매각

미분양 증가와 함께 기존 주택 소유자들의 재정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 적용 기간이 끝나면서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이 급증한 영향이다. 호찌민시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3년 전 약 24억 동(약 1억2360만원)을 빌려 72㎡ 아파트를 구매했다. 처음 2년 동안 연 0% 우대금리를 적용받았지만 이후 금리가 12.3%로 오르면서 월 상환액이 3500만 동(약 180만원)까지 불어났다. 부부 합산 소득이 월 6000만 동(약 309만원)인 상황에서 생활비 부담이 커지자 결국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기로 했다.

또 다른 주택 소유자인 B씨 역시 120억 동(약 6억18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 대출금 60억 동(약 3억900만원)에 대한 금리가 연 11.6%로 상승하면서 매달 이자만 약 5800만 동(약 298만7000원)을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DKRA가 조사한 11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조건에 따라 연 14~16%에 달했다. 대출 부담이 커지자 일부 매도자는 주택 가격을 15~20% 낮췄으며 온라인 부동산 거래시장에서는 최초 희망가격보다 30~40% 할인한 매물도 나타났다.
 
"집 없는 사람 많은데 미분양은 왜?"…현지인들 반응도 엇갈려
남부지방 껀터에 위치한 한 고급 주택 사진김혜인 통신원
남부지방 껀터에 위치한 한 고급 주택 [사진=김혜인 통신원]

베트남 현지에서는 미분양 증가의 원인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높은 주택 가격과 실제 주거 수요에 맞지 않는 공급 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눈에 띈다. 기사에 댓글을 남긴 한 이용자는 "팔리지 않은 집과 토지도 많은데 정작 집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이 많은 이유가 무엇이냐"며 "평균 소득과 비교해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예전에는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땅을 샀지만 지금은 주택을 구매할 때 주변 인프라를 꼼꼼하게 살핀다"며 "학교와 병원이 없거나 교통 연결이 좋지 않은 사업장은 장기간 미분양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입지와 주거 여건이 좋은 부동산에는 여전히 수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이용자는 "가족과 함께 여러 사업장을 둘러봤는데 이미 주민들이 거주하고 편의시설이 갖춰진 곳은 판매가 활발했다"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도 고급주택 중심의 공급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인 프억 응이아 호찌민시 경제대학교 경제·법률·경영센터장은 "현재 미분양 물량이 주로 투자 목적의 고급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호찌민시 부동산협회(HoREA)는 "개발업체들이 수익성을 일부 낮추더라도 분양가격을 조정하고 실수요자를 위한 중저가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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