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오세훈 겨눈 국감, 되레 역공당한 민주당

김두일 선임기자
김두일 선임기자
 
국정감사에서 질문은 의원이 준비하지만, 그 질문의 결말까지 의원이 정할 수는 없다. 상대를 몰아붙이려고 던진 질문이 오히려 상대의 역량을 드러내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지난 15일과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감에서 그런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의원들의 공세는 거셌다. 주택 공급과 집값, 한강버스의 사업성과 비리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물어야 할 사안들이다. 시민의 세금과 생활이 걸린 정책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질문의 강도에 비해 논증의 깊이가 충분했느냐는 것이다.
 
민주당 장종태 의원은 오세훈 시장 취임 전후의 주택 준공 실적을 비교하며 강남과 비강남의 격차를 따졌다. 강남에는 집이 늘고 다른 지역에는 줄었다는 지적이었다. 숫자는 공격적이었다. 그러나 그 숫자가 어느 시점의 정책에서 비롯됐는지를 설명하지 않으면 책임의 소재는 달라질 수 있다.
 
오 시장은 그 틈을 짚었다. 재개발·재건축은 구역 지정부터 준공까지 장기간이 걸리고, 전임 시장 때의 결정이 후임 시장의 공급 실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시장 시절 정비구역 해제가 비강남 공급에 영향을 미쳤다는 반박이었다. 오 시장은 공급을 위해 다시 밭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는 단계라고 했다.
 
이 설명만으로 서울의 공급 부족 원인이 모두 밝혀지는 것은 아니다. 현 임기의 인허가 실적과 사업 지연도 따져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준공된 집은 지금 시장의 성적'이라는 단순한 계산으로는 정비사업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은 드러났다. 공격하는 쪽이 정책의 시간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자, 답변하는 쪽이 그 시간을 설명했다.
 
한강버스 논쟁에서도 비슷했다. 출퇴근 이용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에 오 시장은 출퇴근과 대중교통을 같은 뜻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지하철로 공원을 찾는 것도 대중교통 이용이라는 설명이었다. 교통과 관광·여가 기능이 함께 있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설명이 당초 내세운 교통 편익의 달성 여부까지 대신 답해주지는 않는다. 출퇴근 수요를 얼마나 충족했는지, 투입 비용에 합당한 효과가 있는지는 별도의 성적표가 필요하다. 다만 비판하는 쪽 역시 사업의 여러 기능을 살핀 뒤 실패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개념을 좁혀놓고 결론을 서두르면 반박의 문을 열어주게 된다.
 
선박 건조비와 중개수수료를 둘러싼 공방은 더 엄격한 구분이 필요했다. 수수료가 지급됐다는 사실, 그 지급이 적정했는지에 관한 의문, 공직자에게 돈이 돌아갔다는 의혹은 각각 입증해야 할 문제다. 오 시장은 그 차이를 파고들었다. 의혹을 이미 확인된 비리처럼 말할수록, 정작 밝혀야 할 자금의 흐름은 말싸움 뒤로 밀렸다.
 
그렇다고 서울시의 설명을 최종 결론으로 삼을 일도 아니다. 감사와 수사 의뢰가 적절한 시점에 이뤄졌는지, 계약과 비용 관리에 허점은 없었는지는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 SH의 대여금 상환 조건 변경과 후순위 전환에 관한 질문 역시 공공기관의 재정 위험을 묻는 무게 있는 질의였다.
 
좋은 국감의 장면도 있었다. 진보당 윤종오 의원이 공사 현장의 임금 지급과 공사비 산정 문제를 제기하자 오 시장은 일부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면서도 "충분히 일리가 있는 지적"이라고 답했다. 질문이 구체적이면 답변도 구체적으로 나아간다. 국감이 남겨야 할 것은 이런 개선의 약속이다.
 
서울시를 취재하며 눈여겨보게 되는 것은 시장이 자신의 정책을 얼마나 자기 언어로 설명하는 지이다. 보고받은 문장을 읽는 것과 정책의 구조를 이해하고 반론에 답하는 것은 다르다. 이번 국감에서 오 시장은 공급의 시차와 사업의 수익 구조, 의혹과 확인된 사실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강점을 보였다.
 
그 역량이 모든 정책의 성공이나 모든 판단의 정확성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정직함 역시 유창한 답변이 아니라 기록과 행동의 일치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래서 국회에는 더 정밀한 질문이 필요하고, 서울시에는 더 투명한 자료 공개가 필요하다.
 
이번 국감의 역설은 여기에 있다. 오세훈을 공격하려던 질문이 때로는 오세훈의 정책 설명 시간을 만들어줬다. 목소리가 커질수록 질문이 날카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의 답을 끝까지 듣고, 그 답으로도 풀리지 않는 지점을 다시 물을 때 질문은 비로소 힘을 갖는다. 다음 국감에서 시민이 기다릴 것은 더 큰 호통이 아니라 그 한 번의 후속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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