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방 한 칸’을 구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청년과 1인 가구가 많이 거주하는 관악구 원룸 평균 월세는 한 달 새 30% 올라 87만원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강남구는 97만원으로 100만원에 육박했다. 아파트 전셋값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원룸부터 아파트까지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전용면적 33㎡ 이하 연립·다세대 원룸의 평균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 기준 71만원으로 전월보다 5.2% 상승했다.
관악구는 평균 월세가 전월 약 67만원에서 87만원으로 30.0% 상승했다. 다만 일부 신축 거래가 평균을 끌어올린 영향도 있어 기존 원룸 월세가 일제히 같은 폭으로 오른 것은 아니다.
관악은 신림·봉천동 일대에 원룸이 밀집해 있고 지하철 2호선 접근성도 좋아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이 많이 찾는 지역이다.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선택해온 지역에서도 월세 87만원을 내면 연간 임차료만 1044만원에 이른다. 관리비와 공과금까지 더하면 소득과 자산 여력이 크지 않은 청년들의 부담은 더 커진다.
강남구는 평균 월세가 97만원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월보다 10.8% 올라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작은 원룸도 월세가 100만원에 육박했다. 서울 전체 평균보다 매달 26만원, 연간으로는 312만원을 더 내는 수준이다. 금천구 역시 평균 75만원으로 한 달 새 18.0% 올랐고, 광진구는 12.2% 상승했다.
월세 대신 전세를 선택하려 해도 목돈 부담이 크다. 지난달 서울 원룸 평균 전세보증금은 2억1991만원으로 전월보다 1.1% 하락했지만 여전히 2억원을 웃돌았다. 전세는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고, 월세는 매달 임차료를 감당해야 하는 만큼 자산과 소득 여력이 작은 청년들에게는 어느 쪽도 부담이 가볍지 않다.
아파트시장에서는 매매가격이 89주 연속 상승한 가운데 전셋값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10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16% 올랐다. 상승 폭은 전주 0.18%보다 줄었지만 전국 상승률인 0.11%를 웃돌았다. 올해 누적 상승률은 8.73%로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 8.63%보다 높았다.
관악구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 주 0.21% 올라 전주 0.19%보다 상승 폭이 커졌고, 금천구도 0.27% 상승했다. 두 지역의 올해 누적 전셋값 상승률은 각각 8.68%, 10.08%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고가 지역 매매가격은 조정을 받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주택 구입을 미룬 수요는 임대차시장에 남으면서 전세와 월세 가격을 밀어올리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세로 거주하는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8만7870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량 17만2227건 중 51.0%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기준 월세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전세의 월세화를 1인 가구 증가와 전세사기 여파 등에 따른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다. 전월세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는 착공 부진에 따른 입주 물량 감소를 지목하고, 공급 확대와 주거비 지원을 병행할 방침이다.
현재 월 최대 20만원인 청년월세 지원 대상을 넓히고, 민간 월세 주택을 공공 전세 형태로 공급하는 ‘전월세 안심신탁’을 추진한다. 월세를 직접 보조하는 지원과 함께 전세로 살 수 있는 선택지를 넓혀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본인 엑스(X)에 “청년 월세는 내년부터 소득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청년이 받도록 하겠다”며 “임대인은 월세처럼, 임차인은 전세처럼 이용하는 전월세 안심신탁도 연내에 사업 공모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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