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실낙원' 배현성 "낯설고 어색한 스크린 데뷔…관객들, 날 못 알아 보길"

영화 실낙원 배현성 사진CJ ENM
영화 '실낙원' 배현성 [사진=CJ ENM]
배우 배현성은 첫 스크린 주연작인 심리 스릴러 '실낙원'에서 9년 전 실종됐다 살아 돌아와 엄마의 환상을 무너뜨리는 아들 '선우'로 분해 파격적인 변신을 꾀했다. 거장 연상호 감독과 대선배 김현주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팽팽한 심리전을 펼친 그는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부담감을 제 몫의 연기로 단단하게 돌파해 냈다.

"좋은 작품에 주연으로 참여해서 스크린으로 처음 제 얼굴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감사했어요. 그런데 제가 TV 드라마를 많이 하다 보니까 스크린에서 보는 제 모습이 굉장히 낯설고 어색하더라고요. 처음 봤을 때는 너무 낯설어서 영화에 집중을 잘 못했어요. 개봉하고 나면 혼자 몰래 극장에 가서 다시 볼 계획이에요."

'실낙원'은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 이후 연상호 감독과 다시 만난 작품이다. 한 회차에 그쳤던 첫 작업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만큼 보다 긴 호흡으로 다시 만난다는 점 역시 출연을 결정하게 한 이유였다.

"원래 연상호 감독님 작품을 재미있게 봤고 '지옥'에 참여했을 때는 촬영이 한 회차밖에 없어서 많이 아쉬웠어요. 감독님이 굉장히 유쾌하고 재미있는 분이라 다음에는 조금 더 길게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러다 '실낙원' 대본이 왔는데 어둡고 깊이 있는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선우라는 캐릭터도 매력적이었어요. 제가 지금까지 보여드린 모습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극 중 선우는 엄마 소영과 정면으로 맞서는 인물이다. 김현주라는 대선배와 팽팽하게 부딪혀야 했지만, 배현성은 상대 배우의 경력이나 존재감을 의식하기보다 장면과 인물에 집중하려 했다.

"선배님들과 촬영할 때마다 '대선배님이다'라는 생각을 최대한 하지 말고 현장에 가려고 해요. 기에서 밀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 역할과 신에만 집중하는 거죠. 제가 밀어붙일 때는 밀어붙이고 받아야 할 때는 받으면서 연기하면 선배님에 대한 긴장도 줄어드는 것 같아요."
영화 실낙원 배현성 사진CJ ENM
영화 '실낙원' 배현성 [사진=CJ ENM]

오히려 촬영 전 김현주와 충분히 가까워지지 않았다는 점은 극 중 모자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9년 만에 만난 엄마와 아들 사이의 낯섦을 실제 두 배우 사이에 남아 있던 거리감으로 자연스럽게 가져갈 수 있었다.

"촬영 전에 현주 선배님과 한 번 정도 뵙고 들어갔는데 오히려 그게 촬영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저희가 미리 너무 친해졌다면 극 중 소영과 선우 사이의 낯설고 어색한 관계를 표현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우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세운 목표는 기존의 배현성을 지우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부드럽고 반듯한 이미지가 쉽게 떠오르지 않을 만큼 외형부터 과감하게 바꾸고 싶었다.

"준비할 때부터 제 모습을 완전히 가리고 싶었어요.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선우를 보다가 '이게 배현성이었어?'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과 분장팀과 이야기를 많이 했고 가발도 여러 개 써보고 분장 테스트도 여러 번 했어요. 길면 분장에 두 시간 정도 걸렸는데 처음에는 저도 제 모습이 낯설었어요. 계속 그 모습으로 지내면서 익숙해지니까 오히려 선우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분장의 힘이 컸던 것 같아요."

외형뿐 아니라 감정 표현의 방식도 기존 역할들과 달랐다. 자신의 실제 성격보다 훨씬 강하고 직설적인 선우를 연기하면서 평소보다 과감하게 움직일 수 있었고, 그 차이 자체가 새로운 재미가 됐다.

"제가 자주 해왔던 연기와 다르니까 도전하는 재미가 커요. 선우 같은 캐릭터는 감정 표현이나 행동이 훨씬 직설적이잖아요. 평소 제 성격과는 다른 센 모습도 보여줄 수 있고, 그런 역할을 할 때는 연기적으로 조금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재미있는 것 같아요."
영화 실낙원 배현성 사진CJ ENM
영화 '실낙원' 배현성 [사진=CJ ENM]

무엇보다 배현성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이 선우를 완전히 믿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가 진짜 소영의 아들이 맞는지조차 의심하게 만들 만큼 등장할 때마다 서늘하고 불편한 공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이 선우를 의심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진짜 아들이 맞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그래서 선우가 등장할 때마다 불편하고 차가운 공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관객뿐 아니라 같이 연기하는 배우분들도 그런 불편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불편함은 강한 표정이나 과장된 행동보다 오히려 느린 움직임에서 만들어냈다. 시선과 걸음, 눈을 깜빡이는 작은 동작까지 늦추면서 상대가 먼저 긴장하도록 만드는 방식이었다.

"행동을 전체적으로 느리게 하려고 했어요. 걷는 것도 느리게 하고 눈을 감았다 뜰 때도 천천히 하려고 했어요. 대사를 할 때는 상대방의 눈을 제가 먼저 피하지 않으려고 했고요. 상대가 먼저 시선을 피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사람이 느리게 움직이면 오히려 더 집중해서 보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포인트를 줬어요."

현재의 선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9년을 채우는 과정도 필요했다. 연상호 감독과 실종 이후 선우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하며 새로운 정체성이 만들어진 과정을 상상했다.

"감독님과 9년 사이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선우가 납치되고 친구들과 함께 끔찍한 일을 겪으면서 자기 안에서 이상한 감정을 느꼈을 것 같고, 납치범이 '넌 다르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면서 선우 자신도 '내가 진짜 이런 사람이었나' 하는 혼동을 겪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후 납치범의 아들로서 새로운 자아가 만들어졌고, 9년 동안 그 정체성으로 살아왔다는 데 집중해서 연기했어요."

그 긴 공백 끝에 돌아온 집에서 선우가 마주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 AI로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자신이었다. 배현성은 엄마가 자신을 찾지 않았다는 원망에 더해 질투와 분노가 뒤섞여 있다고 봤다.

"자기를 찾지 않았다는 원망도 있었을 것 같아요. 집에 돌아왔는데 엄마가 AI 아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화도 나고 질투도 느꼈을 것 같고요. 여러 감정이 같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엄마에게 선택을 요구하는 장면은 두 사람의 관계가 크게 뒤틀리는 순간이다. 선우는 소영의 선택을 자신보다 AI 속 아들을 택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순간부터 쌓여 있던 원망과 분노가 더욱 거세진다고 해석했다.

"선우가 엄마에게 선택을 요구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신고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선우는 '엄마가 나보다 AI 아들을 선택했구나'라고 받아들였을 것 같아요. 그때부터 원망도 더 커지고 화도 더 커지면서 더 비뚤어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그 장면을 연기할 때 그런 화를 가지고 연기했어요."
영화 실낙원 배현성 사진CJ ENM
영화 '실낙원' 배현성 [사진=CJ ENM]

첫 영화 주연작으로 토론토국제영화제까지 찾은 경험은 배현성에게도 쉽게 실감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했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뜨거운 환대는 오래 기억에 남았다.

"영화에 처음 주연으로 참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뿌듯하고 행복했는데 토론토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믿기지 않았어요. 가기 전까지도 실감이 안 났고요. 레드카펫을 앞두고 감독님, 선배님과 '사람들이 많이 없으면 어떡하지, 안 반겨주시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정말 많은 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고 온 행복한 기억이에요."

배현성은 '실낙원'을 통해 자신의 낯선 모습을 꺼내길 바랐다. 관객들 역시 자신의 보인 얼굴에 '낯섦'을 느끼기를 바란다는 부연이었다. 

"'이게 배현성이었어?'라는 반응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배현성이 저런 역할도 잘 어울리네', '저런 역할도 잘하네'라는 반응이 나오면 굉장히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배현성은 영화 '실낙원'이 관객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남기는 작품이길 바란다며 관전 포인트를 짚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린 선우부터 지금의 선우까지 이어지는 서사와 둘이 나누는 감정, 대화를 따라가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를 보는 동안 궁금증이 많이 생기는 작품이라 끝난 뒤 결말이나 인물들의 선택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눠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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