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가상자산 대응 쉽지 않다" 발언에…"예견된 결과"

  • 제도화 지연에 PoC만 줄줄이

  • 법인 거래·사업 구조도 제자리

  • 해외기업 국내 진출에 기술 종속될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왼쪽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왼쪽)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이 가상자산 대응 역량이 부족하다고 인정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금융당국이 제도 공백을 이유로 각종 사업을 제한하는 데만 집중한 새 시장을 이해하고 대응 역량을 키울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9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온체인 사기와 관련해 금감원의 대응 역량은 얼마나 되냐는 질의에 "현재는 속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 원장이 가상자산 업계 시스템을 뒤쫓아가지 못한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한계는 규제 중심 기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사업자와 협의해 위험관리 체계, 신사업 등을 구축하기보다 사업을 규제하는 데 치중해왔다. 시장에 대한 이해와 감독 경험을 축적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결과적으로 당국의 대응 역량도 충분히 높아지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인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막바지 협의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국감에서도 가상자산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에 "디지털자산기본법과 관련해 법안 내용은 준비됐으며 막바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의 세종 이전으로 디지털자산법안이 또 다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제도 공백이 길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인 스테이블코인의 기술검증(PoC)만 줄줄이 이어갈뿐 본사업의 추진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법인 시장의 참여도 여전히 제한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추진될 예정이었으나 미뤄지고 있다. 거래소들의 사업 구조 경쟁력도 둔화되고 있다. 글로벌 거래소는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부터 레이어2 네트워크, 결제 서비스까지 사업을 다각화하는 동안 국내 거래소는 규제에 막혀 현물 중심 구조에 그치고 있다. 해외 거래소와 달리 국내 거래소는 외국인 이용도 규제를 받고 있다. 

국내 시장이 지지부진한 새 해외 기업에 시장을 내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바이낸스, OKX, 비트고, 피그먼트 등 해외 거래소와 커스터디 업체들이 속속 한국에 진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코인원, 고팍스 등 원화거래소와 하나금융지주, KODA 등과 손잡고 핵심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겉으로는 파트너십이지만 실질적 기술 영역은 외산에 의존하고 국내사는 껍데기만 남을 수 있다"며 "향후 법인 시장과 디지털자산 상장지수펀드(ETF) 개방 시 막대한 수수료 유출 및 부가가치 해외 유출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VASP)를 포기하는 거래소나 해외 수주 사업을 눈여겨보는 커스터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한때 업비트, 빗썸 등 국내 거래소가 세계 선두에 섰고 현재 달러, 원화 거래량을 보면 국내 이용자의 거래소 이용자 수는 여전히 많다"며 "시장 진흥의 시기를 놓치면 블록체인 기술력 쫓아가기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크게 뒤처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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