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월드비전] 민주당의 '딥레드' 공략…트럼프 독주 멈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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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이오주 칠리코시에 있는 오하이오 대학교 슈메이커 센터에서 열린 선거 유세 행사에서, 공화당 주지사 후보 비벡 라마스와미(Vivek Ramaswamy)의 연설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청하고 있습니다. (2026년 10월 28일 수요일, AP 사진/마크 쉬펠바인)]

2024년 11월 미국은 트럼프에게 백악관을 다시 맡겼다. 같은 날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도 공화당은 상원을 되찾고 하원을 지켜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구호에 힘을 실어준 것은 고물가와 생활고에 대한 분노, 워싱턴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 그리고 강력한 미국을 되찾겠다는 기대였다. 의회와 행정부를 사실상 자신의 손안에 넣은 트럼프의 거침없는 독주가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불과 2년. 11월 3일 치르는 중간선거는 정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하원 탈환을 넘어 상원 다수당까지 넘보고 있다. 공화당은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믿었던 지역구와 주에서조차 힘들게  수성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불만이 선거판을 흔들면서 다급해진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장악하면 미국 성인 모두에게 5000달러 (약 660만원)를 지급하겠다는 약속까지 내놓았다. 
 
‘안전한 공화당 지역’이 격전지로

중간선거는 전통적으로 현직 대통령에게 불리하다. 대통령 임기 전반부의 성과를 평가하는 동시에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정책에 불만을 표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첫 임기 중간선거가 열린 2018년에도 민주당은 하원에서 41석을 늘리며 다수당을 탈환했다. 이번에는 당시보다 정치 환경이 더 나빠졌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언론은 경합지로 미시간, 아이오와, 메인, 캔자스, 오하이오, 알래스카, 텍사스 등 7곳을 꼽았다. 미시간을 제외하면 모두 공화당이 현역인 곳이다. 민주당이 현재의 47석을 51석으로 늘려 상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려면 미시간을 지키고 나머지 경합지에서 4석을 늘려야 한다

민주당이 전통적인 공화당 초강세 지역, 이른바 ‘딥레드(deep red)’까지 위협하자 트럼프는 막판 주요 격전지를 돌면서 대형 국책 사업과 현금성 지원 등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알래스카는 최근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두 자릿수 격차의 승리를 안겼다. 그러나 이번 상원 선거에서는 3선에 도전하는 공화당 현역 댄 설리번(61)과 민주당 메리 펠톨라(53)의 지지율이 박빙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에서 선거 결과가 근소할 경우 선거 결과를 곧바로 확정하지 못하도록 법무부에 지시하고 유권자 사기(부정선거) 신고자에게 100만 달러(약 13억원) 보상금까지 내걸었다. 1993년 이후 30년 넘게 민주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이 나오지 못한 '공화당의 텃밭' 텍사스에서도 트럼프가 지지한 켄 팩스턴(63)이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37)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메인, 오하이오,  아이오와, 캔자스 등에서도 공화당의 우세를 장담하긴 어려워졌다.  

2024년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 가운데 상당수는 공화당의 전통적 보수주의에 열광했다기보다 생활비를 낮추고 경제를 개선하겠다는 약속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관세가 수입품 가격을 밀어 올리고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비용까지 상승하면서 ‘경제를 잘 아는 사업가’라는 트럼프의 이미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4년 전 트럼프를 지지했던 젊은 남성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은 공화당에 더욱 뼈아프다. 
 
 성폭력 피해의 상처까지 선거 상품으로

트럼프의 개인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 '마가(MAGA)'는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접전지의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하고 있다. 오하이오 주지사 선거에 나선 공화당 후보 비벡 라마스와미(41)는 민주당 에이미 액턴(60) 후보의 친모를 자신의 광고에 등장 시켜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파문을 일으켰다. 친모는 광고에서 딸을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며 주지사로 뽑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이 커진 것은 액턴과 친모가 수십 년간 절연한 배경 때문이다. 액턴은 어린 시절 의붓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밝혀왔다. 의붓아버지는 당시 어린 액턴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뒤 법정에 나오지 않고 도주했다. 가족의 아픈 상처까지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끌어들인 이 광고는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을 자아냈다. 정치 광고의 저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상대 후보가 테러를 지지한다거나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식의 왜곡된 주장이 유포되고, 인공지능(AI)으로 만든 합성 영상까지 선거전에 등장한다. 

 
 물가와 전쟁, 트럼프의 발목을 잡다

이번 선거에서 최대 쟁점은 생활비다. 식료품과 주거비, 의료비, 휘발유 가격은 유권자가 매일 마주하는 현실이다. 관세는 물가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다. 트럼프는 관세를 외국 정부와 기업에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는 협상 수단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는 상당 부분 소비자와  기업의 비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미국을 보호하겠다는 정책이 미국인의 생활비를 높인다는 역설이다.

특히 이란 전쟁은 경제적 부담을 한층 키우고 있다. 전쟁 장기화와 중동 정세 불안은 국제 유가와 운송비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통해 유권자의 일상으로 전해진다. 특히 경유를 많이 사용하는 농가와 운송업계는 연료비 상승에 민감하다. 공화당 강세였던 농업 지역까지 접전지로 바뀌는 배경에는 이런 경제적 불만이 깔려 있다.

트럼프에게 최대 딜레마는 자신이 2024년 대선에서 이용했던 불만이 이제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야당 시절에는 물가 상승을 정부의 무능으로 비판할 수 있었지만 집권한 뒤에는 정책의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 트럼프의 강점이었던 경제 의제가 오히려 약점으로 바뀐 것이다.

이번 선거의 막판 변수는 무엇보다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숨은 표를 뜻하는 '샤이 트럼프'다. 즉 투표율이다. 민주당 지지층이 분노를 표로 바꾸기 위해 대거 투표장에 나오는지, 아니면 트럼프 지지층이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은 채 결집하는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다. 
 
민주당이 이기면 트럼프의 독주는 멈출까
민주당이 하원을 되찾는다면 트럼프의 국정 운영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주당 승리=트럼프 정책의 종식’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하원만 민주당이 차지하고 상원은 공화당이 유지한다면 법률을 개정하거나 새 정책을 통과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있고 상원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더라도 필리버스터와 의회 내부의 이견이 입법을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트럼프는 의회 입법이 막힐수록 행정명령과 행정부 권한을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관세와 무역 조치, 이민 정책 등에서 의회의 동의를 우회하는 수단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정치적 궁지에 몰린 대통령이 정책을 완화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자신의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더 거친 조치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이 하원과 상원을 모두 장악하면 상황은 더 크게 달라진다. 상원은 각료와 대사, 연방법관 인준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백악관이 충성파 인사를 정부와 사법부에 배치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고, 예산과 정부 감독을 둘러싼 대립도 심해질 것이다. 하원은 이란 전쟁과 이민자 단속, 대통령 일가의 비리, 엡스타인 파일 등을 조사하기 위해 청문회를 구성하고 각종 소환장을 발부할 수 있게 된다. 트럼프에 대해 탄핵을 시도할 수 있다. 그렇다고 탄핵이 곧 대통령 퇴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상원에서 유죄 평결과 파면을 위해서는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트럼프가 가장 두려워할 것은 한 번의 패배보다 정치적 동력의 상실일 것이다. 의회가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정책 성과를 내기 어려워지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2028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와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 중간선거가 마무리되면 미국 정치권은 사실상 대선 모드로 전환된다. 
 
관세 전쟁과 미·중 경쟁, 외교는 더 불확실해진다
중간선거 결과가 미국의 대외정책을 단번에 바꾸지는 않겠지만 트럼프가 행동할 수 있는 범위와 비용은 달라질 수 있다. 관세 정책은 그 첫 번째 시험대다. 민주당은 관세가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이를 되돌리거나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행정 권한과 무역 관련 법률을 활용해 관세를 유지하려 한다면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즉각적인 정책 전환을 장담하기 어렵다.

미·중 패권 경쟁 역시 정권 교체만으로 완화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기술 굴기와 공급망 지배력, 첨단 반도체와 인공지능, 핵심 광물, 대만해협 안보를 둘러싼 미국 내 경계심은 민주·공화 양당에 걸쳐 있다. 민주당이 승리하더라도 대중국 강경 기조가 사라지기보다는 그 수단과 조율 방식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란 전쟁은 더 직접적인 정치적 변수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에너지 가격과 군사적 부담이 커지고, 트럼프는 국내 정치의 부담을 덜기 위해 출구 전략을 모색할 유인이 생긴다. 선거 이후 휴전이나 협상을 추진할 수도 있지만 성과를 급히 만들어내려는 대통령이 군사행동을 확대해 승리를 선언한 뒤 철수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이든 중간선거 패배가 곧 평화의 도래를 뜻하지는 않는다.
 
 한국이 준비해야 할 것은 ‘트럼프 이후’가 아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트럼프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한·미 통상·안보 현안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관세 협상과 대미 투자,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사업, 핵추진 잠수함과 핵연료 재처리, 주한미군과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까지 양국이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특히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한국에 유리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주도해온 한국 관련 통상 압박이 약해질 수는 있지만 미국의 산업 보호와 대중국 견제는 초당적 이해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반대로 트럼프가 중간선거에서 패배했다고 해서 한국에 대한 압박을 거둘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입법의 길이 좁아진 대통령이 관세와 투자 요구 등 행정부가 직접 행사할 수 있는 수단에 더 의존한다면 한국의 협상 부담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상·하원이 모두 민주당으로 넘어가더라도 한·미 현안이 자동으로 해결된다는 기대는 버리고, 민주당의 산업·안보 정책과 한국의 이해가 만나는 지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향후 한·미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원칙을 분명히 하는 일이다. 미국의 요구가 구두 발표나 정치적 선언에 그치는지, 법적·재정적 의무로 이어지는지 구분해야 한다. 대규모 투자 사업은 총액을 먼저 약속하기보다 수익성, 위험 분담, 자금 조달, 국내 산업 파급효과를 따져 단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알래스카 가스관 같은 사업도 정치적 필요에 따른 발표와 실제 사업 타당성을 분리해서 검토해야 한다. 한·미 동맹의 가치를 지키는 것과 불확실한 사업의 비용을 무조건 떠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11월 3일 미국 유권자가 선택하는 것은 단지 하원의원 435명과 상원의원 3분의 1이 아니다. 트럼프의 남은 임기 2년이 견제받는 권력의 시간이 될지, 아니면 더 거친 독주로 이어질지를 가르는 선택이다. 민주당이 이긴다고 트럼프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공화당이 버틴다고 미국의 정치적 균열이 봉합되는 것도 아니다.

이수완 필자 주요 이력 

▷코리아타임스 기자 ▷로이터통신 선임특파원 ▷로이터통신 편집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아주경제 글로벌본부장 ▷아주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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