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취업 눈높이를 낮추고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중심의 산업구조 재편과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청년 채용이 위축된 가운데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로 이동하는 비율도 낮아졌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청년고용 부진 및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2022년 6.4%에서 올해 1~9월 6.6%로 상승했고, 고용률은 46.6%에서 43.7%로 하락했다.
다만 2014~2019년 청년고용 부진기와 비교하면 양적 지표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당시 평균 실업률은 9.4%였지만 2023년 이후 평균은 6.1%에 그쳤다. 과거에는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기다리며 실업 상태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눈높이를 낮춰 불안정한 일자리로 진입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고용의 질이다. 한은이 고용 안정성과 근로시간, 실직 위험 등을 종합해 산출한 청년층 고용의 질 지수는 2023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평균 95포인트를 밑돌았다.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한 2010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의 평균을 100으로 설정한 결과다.
청년 취업자 중 임시·일용직 비중이 늘고 비자발적으로 시간제 근로를 선택하는 청년도 증가했다. 대기업·공공기관 취업을 희망하는 비중은 줄어든 반면 중소기업 선호 비중은 높아지는 등 취업 눈높이를 낮추는 경향도 나타났다.
안정적인 일자리로 진입하는 문턱은 높아졌다. 한은이 핵심연령층(30~59세) 대비 청년층의 상용직 입직배율을 분석한 결과, 2023~2026년 상대적인 진입 규모가 15~20% 축소된 것으로 추정됐다.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로 이동하기도 어려워졌다. 민간 300인 이상 기업의 상용직을 1차 노동시장으로 분류해 분석한 결과, 청년층의 2차 노동시장에서 1차 노동시장으로의 이동률은 2014~2019년 8%대에서 2023~2024년 5%대로 낮아졌다. 반면 안정적인 일자리에 진입한 청년들이 기존 직장에 계속 머무르는 경향은 강화됐다.
한은은 청년고용 부진의 원인으로 정보기술(IT)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재편을 지목했다. 반도체 등 IT 제조업이 경제성장을 주도하지만 상용직 채용은 비IT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집중돼 있어 성장의 고용창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기업들이 기존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신규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인력을 조정하면서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층에 부담이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확산으로 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강화되면서 청년들이 담당하던 초급·기초 업무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한은은 노동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청년들이 불안정한 일자리에 장기간 머무르며 직무 역량을 쌓지 못해 고용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산업정책과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병행하고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과 이동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성엽 한은 고용동향팀장은 "노동시장이 너무 경직적이면 1차 노동시장에서 기업들의 노동 수요 자체가 더 줄어든다"며 "노동시장이 유연화되면 1차 노동시장의 수요가 확대될 여지가 있고, 청년층 고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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