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에 빠진 韓] "옛날 그 술 있나요?" 추억과 호기심 사이... 복고를 찾는 소비자, 왜?

  • 잦은 유행 교체에 익숙한 맛 다시 찾아

  • SNS 타고 젊은층엔 낯선 브랜드로 부상

  • 기업은 쌓아온 인지도 활용해 수요 확보

GS25 앱에서 캪틴큐 재고를 조회한 화면 인근 점포의 재고 수량이 모두 0개로 표시돼 있다 사진롯데칠성음료 우리동네GS 앱화면 캡처
GS25 앱에서 '캪틴큐' 재고를 조회한 화면. 인근 점포의 재고 수량이 모두 '0개'로 표시돼 있다. [사진=롯데칠성음료, 우리동네GS 앱화면 캡처]

"캪틴큐요? 다 나갔어요"

27일 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에서 캪틴큐 재고를 묻자 직원이 고개를 저었다. 해당 점포에서 캪틴큐를 구매했다는 후기를 보고 찾아갔지만 주류 진열대 어디에서도 제품을 찾을 수 없었다. 직원은 "아침부터 캪틴큐를 찾는 손님들이 꽤 있었다"며 "다른 점포로 가실 거면 미리 전화해보는 편이 낫다"고 귀띔했다.

편의점 앱을 여니 반경 1㎞ 내 점포의 재고 수량은 모두 '0개'였다. 인근 편의점 다섯 곳을 더 찾아다녔지만 결국 빈손이었다. 

1980년대 저가 양주로 인기를 끌다 2015년 단종된 캪틴큐가 11년 만에 돌아와 소비자를 매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과거 제품을 기억하는 세대뿐 아니라 광고와 온라인 게시물을 통해 처음 접한 젊은층도 구매에 참여하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 따르면 캪틴큐의 연령별 매출 비중은 30대가 37.9%로 가장 높았고, 40대 26.5%, 20대 18.4%, 50대 이상 17.2% 순으로 집계됐다. 2030 세대의 비중이 전체 구매의 절반 이상(56.3%)을 차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복고 상품을 찾는 배경으로 빠른 유행 교체에 따른 피로감을 꼽는다. 익숙한 맛을 다시 찾는 수요에 옛 상품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젊은층의 호기심이 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제품들이 세련되고 깔끔하지만 맛이나 정체성 면에서 다소 얇은 느낌을 준다면, 레트로 제품은 '원조 맛집'처럼 깊이 있는 맛과 서사를 전달한다"며 "자극적인 트렌드에 지친 소비자들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전통과 깊이 있는 경험을 다시 추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상품에 대한 향수는 온라인에서 재출시를 요구하는 움직임으로도 이어진다. 소비자들이 예전에 즐겼던 맛과 구매 경험을 공유하며 다시 판매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제품을 접해보지 못한 젊은층도 이 과정에서 옛 광고와 경험담을 접한다.

젊은층에게는 과거 특유의 디자인과 광고 연출, 제품에 얽힌 이야기가 새로운 재미로 다가간다. 캪틴큐 역시 단종 이후에도 숙취를 과장한 '마시면 이틀 뒤에 깬다'는 식의 농담과 음주 경험담이 온라인에서 회자됐다. 재출시 이후에는 옛 광고를 재현한 영상과 소비자들의 시음 후기가 공유되며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과거 광고와 신규 광고를 비교하거나 자발적으로 시음 숏폼 콘텐츠를 제작해 공유하는 등 온·오프라인에서 기대 이상의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도 오래된 브랜드의 인지도를 활용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새 브랜드의 이름과 특징을 처음부터 알리는 대신 기존 소비자들이 기억하는 이름과 디자인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에서다. 온라인에 쌓인 재출시 요청과 검색 반응을 통해 판매 중단 이후 남아 있는 수요도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초기 흥행을 지속적인 구매로 연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출시 초기 구매 인파에는 한정 수량이나 동봉 굿즈(팬상품)를 노린 수집 목적, 온라인 화제성에 이끌린 단발성 펀슈머 구매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인근 지역까지 찾아가 겨우 제품을 구했다는 직장인 김모씨(29) 역시 재구매 여부에는 신중했다. 그는 "친구들과 재미로 마셔보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며 "실제 마셔보고 맛이나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다시 구매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레트로 제품은 과거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에게는 향수를, 젊은층에게는 새로운 재미를 제공해 초기 관심을 끄는 데 효과적"이라면서도 "결국 현재 소비자의 입맛과 눈높이에 맞는 품질을 갖추지 못하면 재구매로 이어지지 못하고 일회성 해프닝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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