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개척에 투입된 팬스타 '아크로호'가 첫 시범운항 직후 시장에 매물로 나온 걸 계기로 해양수산부와 부산시 등에 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간 기항지 부족에 따른 수익성 확보 어려움을 단기에 해결하기 힘든 만큼 화물 중심인 컨테이너선보다 에너지 중심인 탱커선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해운 업계에 따르면 북극항로 첫 컨테이너선 시범운항을 수행한 아크로호 선주인 팬스타그룹은 최근 선박 매각을 검토 중이다. 대체 선박은 내빙 성능 등 외에 활용도까지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지난 8월 수출화물 737TEU를 싣고 출항했지만 귀항 중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수입화물을 하나도 확보하지 못하고 국내 6개 기업의 공 컨테이너 총 1743TEU만 실은 채 부산항으로 돌아왔다.
예고된 사업 부진이다. 부산~로테르담 간 북극항로에서 유의미한 수준으로 화물을 선적·하역할 수 있는 항구는 러시아 무르만스크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가 대러 제재를 강화하면서 무르만스크를 통해 러시아와 교역하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이번 시범운항 뒤 선박 적합성과 안정적인 화물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가 동시에 주어졌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정부가 시범운항 실적에 집착하기보다 항로 개척에 적합한 선박 확보와 안정적인 화물 수요 발굴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극항로가 장점으로 내세우는 빠른 화물 수송도 속도보다 선적량을 강조하는 해운 업계 기조와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내빙 성능 등 때문에 선복량 제한이 있는 선박으로 중간 기착지도 없이 적자가 우려되는 항로 개척에 나설 업체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정부의 북극항로 사업에 민간 해운사들이 시큰둥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북극항로 운항에는 러시아의 허가와 협력이 필수인데 대러 제재 강화에 동참 중인 유럽연합(EU)으로서는 한국의 적극적인 항로 개척이 달갑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럽의 거대 해운사들이 북극항로 개척에 소극적인 것도 비슷한 배경"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미국·이란 전쟁으로 중동산 LNG 수출이 막히면서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 루트로 북극항로 가능성에 주목하는 기업들은 계속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돼 대러 제재가 풀리면 북극항로의 핵심 경유지인 사베타 등을 통해 LNG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민자 LNG 발전 업체들은 전쟁 종료 후 북극항로를 활용해 LNG를 도입하는 방안을 찾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호주와 동남아, 캐나다 등에서 LNG를 확보 중이지만 글로벌 공급망 다각화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커지는 양상이다.
일각에선 북극항로를 활용해 미국 알래스카 LNG를 직수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러한 구상이 성사되면 북극해에서 러시아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며 북극항로 허가에 소극적인 미국 정부 측 지지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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