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 정상이 합의한 이른바 '경유딜'에 따라 러시아산 경유를 실은 유조선 3척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에 반입될 러시아산 경유는 총 14만t 규모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9일 합의한 '경유딜'에 따라 미 당국이 처음으로 반입을 승인한 물량이다.
미국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산 석유 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과 이란 전쟁 여파로 미국 내 경유 가격이 1년 만에 갤런당 3.66달러에서 6.34달러로 치솟자 결국 수입 금지 방침을 철회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 주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제재 대상 유조선의 합법적 매각을 허용하는 등 관련 규제도 함께 풀고 있다.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4만t급 유조선인 아기오이 파넨데스호는 다음 달 7일 뉴욕에 입항한다. 이 유조선은 2023년 7월 이후 미국에 처음 도착하는 러시아발 유조선이다. 이어 러시아 유조선 탈리스만호도 9일 미 동부 연안에 입항할 예정이다.
세 번째 유조선은 홍콩 선사 소유이자 시에라리온 선적인 레루오호다. FT는 이 선박이 영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당국의 제재 명단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레루오호는 지난 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출항해 다음 달 11일 미 동부 대서양 연안에 도착할 예정이다. 레루오호는 위치추적장치를 끄거나 선박 간 화물 환적을 감행하는 등 '고위험 관행'을 일삼고, 주요 7개국(G7)의 러시아산 석유 가격 상한제를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유럽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제재 대상 선박까지 동원해 러시아산 경유를 들여오자 미국 내에서는 법적·안보적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고 FT는 짚었다.
미 민주당 지도부와 공화당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미 은행과 항만 당국 등에 서한을 보내 "러시아산 경유 수입에 관여하는 기업은 의회 조사와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번 합의가 러시아의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침공 자금으로 쓰여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통상 전문 제러미 패너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산 경유 수입용 임시 면허를 발급할 법적 권한은 있다"면서도 "동맹국 금융 시스템이 미국의 해운·항만 부문과 얽혀 있어 제재 선박 입항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유딜' 합의 이후 발트해 연안 러시아 주요 항구의 유조선 기항 횟수는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을 다시 타격할 경우 러시아가 약속한 물량을 차질 없이 공급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의 이같은 조치에 국제사회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카야 칼라스는 "지금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완화할 때가 아니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역시 미국의 이번 결정이 러시아 정권의 전쟁 지속 능력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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