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중간선거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진 경우"라는 조건을 달았다. 공화당이 패배할 경우 선거 부정 등을 주장하며 결과에 불복할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탈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선거 결과를 둘러싼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하게 치러지면 수용" 불복 가능성 열어놓은 트럼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 유세를 위해 출발하기 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조건부 수용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패배 이후 뚜렷한 근거 없이 대규모 선거 부정이 발생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도 우편투표 조작과 중국 등 해외 조직의 선거 개입 등 부정선거 의혹을 부각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 연설, 기자회견, 온라인 게시물 등을 통해 선거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을 약 300차례 했다.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움직임도 실제로 나타났다. 미 법무부는 알래스카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와 관련해 공화당 현역 의원 댄 설리번이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할 경우 선거 결과 확정이 지연될 수 있는 소송을 제기했다. 투표용지에 이름이 비슷한 후보가 있어 유권자들이 혼동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알래스카주 측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소송 기각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에는 선거 부정행위 제보자에게 최대 100만 달러(약 13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편투표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가 부정선거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으며,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인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비시민권자의 투표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미 법무부는 캘리포니아주의 약 2만명 유권자와 관련해 비시민권자의 투표 가능성을 제기하며 우편투표 집계를 중단해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여러 주를 상대로 유권자 명부 제출을 요구하는 소송도 벌여 왔지만, 관련 소송에서 법적 제약에 부딪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뿐 아니라 외국의 선거 결과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25일 치러진 브라질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구체적인 증거 없이 선거가 조작된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룰라 대통령에게 패배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의 부친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우군이다.
개표 결과 지연·의회 충돌 가능성에...민주당 '만반의 준비'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패배 후 결과를 뒤집기 위해 각종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이는 이듬해 그의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이 같은 전력 때문에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공화당이 패배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WP와 ABC뉴스, 입소스가 이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공화당이 패배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확신하는 응답자가 28%에 그쳤다.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이 소송전으로 이어지면 개표 결과 확정이 늦어지고, 새 의회가 출범할 때 당선자들의 의석 인정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의 벤 호블랜드 선임 연구원은 WP에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패배 후 60건이 넘는 소송을 제기했다"며 선거 후 공화당 주도의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민주당도 선거 결과에 대한 이의 제기와 불복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민주당 의회 지도부는 선거 관련 분쟁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예측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모의훈련을 진행해 왔다.
WP에 따르면 하원 민주당 코커스 의장인 피트 아길라 의원은 23일 뉴저지주에서 열린 행사에서 "공화당이 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162가지 방법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하원 정보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짐 하임스 코네티컷주 하원의원은 "우리는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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