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감염인 '장애인 등록' 소송 패소…법원 "감염 사실만으론 장애 아냐"

  • "장애 인정은 입법 정책의 문제…CD4 수치상 면역장애 중하지 않아"

  • 시민단체 "행정은 심사도 안 했는데 법원이 면죄부" 항소 방침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이 장애인 등록을 거부당한 데 불복해 낸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HIV 감염 사실만으로 장애를 인정할 수 없으며, 현행법상 장애 기준에 해당한다는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구지법 행정단독 성경희 부장판사는 28일 HIV 감염인 A씨가 대구 한 기초자치단체장을 상대로 낸 장애인 등록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성 부장판사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을 인정하거나 등록을 받아주는 것은 예산 범위 내에서 우선적으로 입법 정책의 문제"라며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특정 질환을 진단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장애 여부를 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의 평균 CD4 수치(면역기능을 평가하는 지표) 등을 고려하면 HIV 감염으로 인한 면역기능 장애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우울증에 따른 정신장애, 폐결핵에 따른 호흡기 장애, 관절 장애 등에 대해서도 법정 장애 기준을 충족한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성 부장판사는 장애정도심사위원회에 회부해야 하는 사안에도 해당하지 않아 등록 거부 과정에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2023년 10월부터 대구의 한 기초자치단체에 장애인 등록을 신청했으나 관련 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반려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법원은 2024년 11월 등록 거부 처분이 권한이 없는 대명6동장 명의로 이뤄졌다는 이유로 당연 무효라고 판단해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A씨는 지난 4월 다시 등록을 신청했지만 또다시 서류 미비로 반려되자 재차 소송에 나섰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장애 판정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정기관이 실질적인 심사를 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HIV장애인정을위한전국연대는 이날 판결에 반발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단체는 "행정청은 장애 등록 신청인의 실제 신체적·정신적 상태를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실질적으로 심사해야 한다"며 "행정은 심사조차 하지 않았고 법원은 이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에 HIV 감염인의 장애 정도를 판정할 기준과 심사 절차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국회에도 관련 입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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