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8.3% 늘어난 55조7445억원으로 편성했다. 지난달 예산이 전액 삭감된 '청년 인공지능(AI) 성장권' 사업을 재추진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2만7200호로 늘리는 등 청년의 성장 기회와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오세훈 시장이 민선 8기부터 추친해 온 '약자와의 동행' 예산도 17조원 이상으로 확대, 노후 기반시설 안전 투자도 이어간다.
오세훈 시장은 29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027년도 서울시 예산안 기자설명회'를 열고 "채무는 늘리지 않는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되 시민의 삶과 서울의 미래를 위한 투자는 확대했다"고 밝혔다.
내년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 51조4778억원보다 4조2667억원(8.3%) 늘어난 규모다. 회계 간 중복을 제외한 순계예산은 50조1906억원이며, 정책사업비는 31조5752억원으로 올해보다 9.0% 확대했다. 정부의 결혼·양육 지원 확대 등에 따른 국고보조사업의 시비 부담이 1조1700억원 증가했지만, 내년 말 채무 잔액은 올해와 비슷한 11조5690억원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서울시의 건전재정 기조와 관련해 "건전재정은 무조건 지출을 줄이는 일이 아니다. 낭비를 줄이고,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투자하는 것"이라며 "저의 정치·행정 철학과 연관된 원칙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직성 경비, 또 각종 4대 급여를 비롯한 복지 재정이 가파르게 늘고 있으며, 정부 재정과 매칭되는 부분이 많다"면서 "채무 관리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삶의 질도 향상시키고, 미래 경쟁력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며 "시가 이런 의지와 철학을 가지고 알뜰살뜰히 챙기겠다는 점을 강조해서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특히 오 시장이 민선 9기 출범 이후 처음 발표한 정책인 '청년 AI 성장권' 사업에 266억원을 투입한다. 청년 50만명에게 생성형 AI 이용권과 수준별 맞춤 교육을 제공하기로 했다. AI 활용 능력의 차이가 취업과 소득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해당 사업은 지난달 시의회의 추가경정예산 심사에서 관련 예산 56억2500만원이 전액 삭감됐는데, 지난 27일 청년·전문가 대상 조사를 통해 사업 필요성을 확인하고 계획을 구체화했다.
청년의 일 경험을 지원하는 '서울영커리언스'에는 223억원을 편성했다. 참여 인원을 올해 1800명에서 내년 2700명으로 늘리고, 청년취업사관학교에는 460억원을 투입해 AI 인재 45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주거 분야에는 2조5094억원을 투입한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목표는 올해 2만5274호에서 내년 2만7200호로 확대한다. 청년 대상 '서울형 새싹원룸' 500호를 신규 공급하고, 청년·신혼부부 안심주택 3027호도 마련한다. 청년 월세 지원 대상은 2만3000명에서 3만2000명으로 늘리고,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에도 758억원을 편성했다.
민간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정비 사업 지원도 추진한다. 신속통합기획 2.0을 통해 정비 사업 기간을 기존 18.5년에서 12년으로 단축하고, 2031년까지 31만1000호 착공을 목표로 한다. 모아타운 역시 신속통합기획 방식으로 추진해 2030년까지 누계 후보지 100곳, 공급 물량 8만호를 확보할 계획이다.
오 시장의 핵심 정책인 '약자와의 동행'도 이어간다. 내년 관련 예산은 17조6892억원으로 올해보다 2조533억원(13.1%) 늘었다. 생계·의료·교육급여에는 4조8054억원을 편성했으며, 가족돌봄청년·한부모가족·장애아동가정을 위한 맞춤형 자립 지원도 새로 추진한다. 외로움케어 컨트롤타워인 '잇다플레이스'는 1곳에서 6곳으로 확대하고, '서울마음편의점'은 31곳으로 늘린다.
소상공인 지원에는 중소기업육성자금을 통한 3조원 규모 융자 지원을 포함해 금융 지원 예산 426억원을 편성했다. 서울 광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도 올해 1500억원에서 내년 2000억원으로 확대한다. 혼인·출산·양육 부담을 덜기 위한 패키지에는 1434억원을 투입하고, 서울형 안심 산후조리원은 5곳에서 7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건강과 안전, 교통 인프라에도 예산을 배분했다. '손목닥터 9988'에는 589억원을 편성해 걷기 중심의 건강 관리와 함께 대사증후군·치매·금연 관리 연계를 강화한다. 강남역·광화문·도림천 대심도 빗물배수터널과 빗물펌프장 9곳의 신·증설을 추진하고, 30년 이상 된 상·하수관로 정비에도 나선다.
교통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중교통비 환급 지원에는 7478억원을 편성했다. 우이신설 연장선과 동북선 등 도시철도 노선 사업에는 1383억원을 투입하고, 세운지구 도심공원 조성에도 1232억원을 편성했다.
'야간경제'와 문화관광 활성화도 주요 사업에 포함됐다. 한강 잠원공원과 한남·두모·동호대교 일대의 야간경관을 개선하는 '빛의 호수, 서울 동호'에 100억원을 투입한다. 서울 '달빛야장'은 올해 6곳에서 내년 16곳으로 확대하고, 한강 밤핑 운영 규모도 300동으로 늘린다. 노들 글로벌 예술섬과 제2세종문화회관 조성 등 문화 공간 확충도 이어간다.
서울시는 30일 예산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예산안은 내달 2일부터 12월 23일까지 열리는 서울시의회 제340회 정례회에서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오 시장은 "청년이 형편 때문에 도전을 미루지 않고, 시민이 집 걱정을 덜고 미래를 설계하며, 어디에 살든 건강하고 안전한 일상을 누리도록 하겠다"면서 "정책의 성과가 숫자에 머무르지 않고 '내 삶이 달라졌다'는 확신으로 이어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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