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의 교육&시선] 수능 앞두고 'AI 안경' 공포에 떠는데…교육부 장관의 한가한 현실 인식 수준

<교육&시선>은 무너져가는 공교육의 현장, 학령인구 감소, 요동치는 대입 제도 속에 초중등·고등교육의 이슈를 진단하고, 당면한 교육 현안·과제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짚어봅니다. 또 한편으론 지속 가능한 대안을 탐색합니다. 때로는 우리 사회에 대한 냉철하지만 따뜻한 시선도 담겠습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지난 23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2026년도 종합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지난 23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2026년도 종합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불과 보름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50만 수험생이 피땀 흘려 쌓아 올린 시간의 결실을 맺어야 할 시험대에 난데없이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이 만든 불신의 그림자가 짙게 깔렸다. 최근 주요 대학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고사에서 카메라와 통신 칩이 숨겨진 ‘AI 안경(스마트 안경)’을 악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되면서, 수능 시험장의 공정성이 한순간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 나온 생성형 AI 기반 스마트 안경은 안경테와 렌즈 이음새에 초소형 렌즈가 교묘히 숨겨져 있어 일반 뿔테 안경과 눈으로는 구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문제지를 쳐다보기만 해도 외부 AI 서버로 실시간 이미지가 넘어가고, 초소형 이어폰이나 렌즈 안쪽 화면으로 풀이와 정답이 전달된다.

그렇다고 평소 눈이 나빠 안경을 꼭 써야 하는 학생들에게 안경을 벗고 시험을 보라고 할 수도 없다. 전국 교사 설문에서 80%가 넘는 교사들이 “육안으로는 도저히 가려낼 수 없다”고 토로하며, 괜히 엉뚱한 학생을 의심했다가 학부모 민원이나 법적 소송에 휘말릴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교원단체들이 전문 탐지 장비 도입과 감독관 보호 대책을 요구하며 서명운동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이처럼 일선 교육 현장은 전례 없는 첨단 부정행위 우려로 온통 비상이 걸렸지만, 정작 시험의 공정성을 책임져야 할 주무 부처인 교육부의 상황 인식과 대응 수준은 참담할 정도로 안이했다. 지난 20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드러난 교육 당국의 태도는 현장의 아우성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었다. 이날 생중계된 제45회 국무회의에서 비공개 전환 직전, 실시간 시청자 댓글을 확인하던 국무조정실장이 “AI 안경 대응 방안은요?”라는 한 국민의 우려를 전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최교진 교육부 장관을 향해 “그 걱정도 현실이다. AI 안경 그게 말썽이 많이 나던데 대비책은 있는가”라고 물었다.

돌아온 최교진 장관의 답변은 기대를 무색하게 했다. 최 장관은 “스마트 안경은 아직 겉으로 보면 티가 난다. 특징을 정리한 동영상을 만들어 지난주에 배포했다”며 “걸리면 올해뿐 아니라 내년까지 수능을 못 보게 하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현장 확인을 철저히 하라”고 당부하자, 최 장관은 “일부에서 말하는 전파 탐지기 도입은 현장에서 테스트해 봤는데 기술적으로 더 어렵다”며 사실상 장비 도입이 어렵다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시중에는 매달 더 얇고 정교한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데 “아직은 겉모습으로 구별할 수 있다”는 한가한 소리가 주무 부처 장관 입에서 나온 것이다. 시험장당 고작 1명의 지원 인력을 두겠다는 것 외에, 수십 명의 수험생이 있는 시험실 안에서 정밀 IT 기기를 맨눈으로 최초 식별해내야 하는 무거운 짐은 고스란히 현장 감독 교사들의 몫으로 남겨진 셈이다.

고사장마다 IT 기기를 정밀하게 가려낼 전문 검사 인력을 촘촘히 둬야 한다는 현장의 요구와 달리, 교육부의 대책은 전국 1300여 개 시험장에 고작 ‘시험장당 전담 인력 1명’을 형식적으로 두는 땜질 처방에 그쳤다. 시험실마다 수험생들을 밀착 확인해야 할 탐지 장비나 실질적인 전문 검사 체계는 여전히 빠져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9일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은 한층 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현장의 불안을 잠재울 실효성 있는 탐지 수단은 내놓지 못한 채, ‘AI 안경 부정행위자 형사 고발’과 법 개정을 전제로 한 ‘최대 3년간 수능 응시 자격 박탈 추진’이라는 초강경 처벌 위주의 압박 카드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본질을 벗어난 전형적인 면피용 대책이자 사후약방문이다. 처벌 규정을 아무리 세게 바꾼들, 시험실 안에서 ‘어떻게 족집게처럼 잡아낼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방법이 없다면 그저 엄포에 불과하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벌써 “안 걸리면 장땡이라는 생각으로 악용하는 사람이 나오면 어쩌냐”, “정직하게 공부한 사람만 손해 보는 것 아니냐”는 허탈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감독 교사들 역시 아무런 장비도, 제대로 된 인력 지원도 없이 오직 본인의 눈썰미 하나에 기댄 채 불안한 마음으로 시험장에 들어가야 할 처지다.

기술은 눈 깜짝할 사이에 발전해 교실 벽을 넘고 시험 제도의 빈틈을 파고드는데, 교육 당국의 행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수능이라는 제도가 사회적 신뢰를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은 ‘누구에게나 공정한 규칙’이었다. 시험장에 AI 기기가 파고드는 마당에 장관이 해야 할 일은 기술 핑계를 대며 처벌 잣대만 휘두르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예산과 장비를 긴급 투입해 고사장마다 전문 검사 인력을 배치하고, 구체적인 확인 절차와 감독관 면책 규정을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 50만 수험생의 땀방울이 첨단 기술의 그늘에 가려 억울한 눈물로 바뀌지 않도록 정부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