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전기차·배터리 시장 커지는데…中 생산거점 선점에 韓 '경고등'

중국 상하이항에 수출용 중국산 전기차들이 주차되어 있다사진AFP연합뉴스
중국 상하이항에 수출용 중국산 전기차들이 주차되어 있다.[사진=AFP연합뉴스]
동남아시아가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현지 생산능력 확충을 주도하면서 한국 완성차·배터리 업계의 경쟁 부담이 커지고 있다. 동남아가 향후 유럽과 호주 등을 겨냥한 수출기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기업의 현지 생산·공급망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30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동남아시아 에너지 기술 공급망'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 청정에너지 기술시장 규모는 2025년 약 250억 달러에서 2035년 800억 달러 이상으로 3배 넘게 성장할 전망이다. 각국이 발표한 정책을 반영한 시나리오에 따른 것으로, 전기차와 배터리가 시장 확대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기차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동남아에서 판매된 신차 4대 중 1대 이상이 전기차다.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각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해외 기업의 투자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생산능력 확대도 가파르다. 동남아 전기차 생산능력은 2025년 약 100만대에서 2030년 18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중국 기업들이 현지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 기업에 부담이다. 중국에 본사를 둔 완성차 업체들이 지난해 동남아 전기차 생산능력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2030년까지 계획된 추가 생산능력에서도 중국 기업의 비중이 70%를 넘었다.

배터리 분야도 상황은 비슷하다. 동남아 배터리셀 생산능력은 2025년 약 40GWh(기가와트시)에서 2030년 100GWh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절반을 조금 넘는 중국 기업의 생산능력 비중은 발표된 증설 계획이 모두 실현될 경우 2030년 약 75%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현지 판매도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동차산업협회(GAIKINDO)에 따르면 중국 BYD의 올해 1~9월 현지 도매판매량은 4만3727대로 전체 브랜드 중 5위를 기록했다. BYD는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수방에 연간 15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IEA는 동남아 전기차 생산비용이 중국보다 4~6% 높은 수준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이 현지 생산을 확대하면서 가격경쟁력과 공급망을 동시에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동남아가 단순한 소비시장을 넘어 글로벌 수출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IEA는 발표된 정책을 반영한 시나리오에서 2035년 동남아 전기차 생산량이 360만대를 넘어 순수출 지역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수출 대상은 유럽과 호주, 뉴질랜드 등이다.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 생산거점을 기반으로 제3국 시장까지 공략할 경우 한국 완성차·배터리 기업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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