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밸런싱 끝낸 SK…2027년은 AI·반도체·에너지 '올인'

  • 3년간 이어진 사업구조 재편 종료 수순

  • 재무적 체력 확보로 AI·반도체·에너지 힘줘

  • 주요 CEO 유임하면서 신사업에 실무형 리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EBS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EBS]

SK그룹이 지난 3년간 이어온 사업 리밸런싱(사업구조 재편)을 마무리하고 인공지능과 반도체, 에너지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낸다. 2027년 사장단 인사에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는 대부분 유임하며 변화보다 안전성에 집중한 반면 전력·반도체·해외 사업에는 실무형 리더를 새로 앉혔다. 비주력 사업을 덜어내 확보한 재원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시한 3대 성장축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30일 SK그룹은 그룹 통합 의사결정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멤버사 이사회가 결정한 2027년 사장단 인사를 공유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리밸런싱 '조기 종료'다. 그동안 추진해 온 비주력자산 매각과 결합을 멈추고 앞으로는 계열사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분야 투자에 무게를 둔다는 구상이다.

SK그룹의 리밸런싱 성과는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3년간 SK 계열사 수는 219개에서 151개로 68개 줄었다. 이를 통해 약 13조원의 자산 효율화를 달성했다. 지주사인 SK㈜의 별도 순차입금은 2024년 말 10조526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8조5200억원으로 2조원 넘게 줄었다. 차입금의존도도 40.5%에서 31.8%로 낮아졌다.

가장 최근에 진행된 리밸런싱 사례는 SK실트론이다. SK㈜는 지난 7월 SK실트론 지분 70.6%를 ㈜두산에 매각하기로 했다.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글로벌 사모펀드 KKR과 함께 만드는 통합법인(SK㈜ 49%, KKR 51%)에 묶어 연내 출범한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의 사업 재편 방향을 놓고 "에너지는 합치고 AI는 나누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너지 부문은 지난 2024년 11월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했고, SK온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 SK엔무브 등을 차례로 흡수했다.

반면 AI 사업의 경우 SK텔레콤은 지난 8월과 9월 각각 AI DC 개발사인 SK하이퍼와 데이터센터·해저케이블 사업법인 SK호라이즌을 출범했다. AI 사업의 경우 외부에서 대대적인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분사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SK호라이즌은 KKR 등에서 3조8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AI와 반도체 전도사를 자처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오는 2027년부터 AI 시대 대확장이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AI와 반도체, 그리고 둘을 뒷받침하는 에너지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6월 AI DC에 1000조원, 반도체에 1100조원 등 총 2100조원 규모의 장기 투자 구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리밸런싱으로 SK그룹의 재무적 체력을 다졌기에 가능한 구상이다.

반도체는 그룹의 현금창출원이자 성장 엔진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매출 104조6155억원, 영업이익 83조3338억원(영업이익률 80%)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2027~2028년 생산능력의 50% 이상은 이미 장기공급계약(LTA)을 맺었고 내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이 본격 가동하며 생산능력을 확충한다.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SK하이닉스는 미주총괄을 신설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을 이끌어온 안현 개발총괄 사장을 보임했다. 빅테크 고객 대응과 현지 연구개발(R&D) 강화가 목표다. 빈자리에는 차선용 미래기술연구원장을 배치해 차세대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도록 했다.

AI 인프라는 SK텔레콤과 계열사가 주도한다.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AI DC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선 목표는 빅테크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운영하는 울산 AI DC를 2027년 하반기 가동하는 것이다.

에너지의 경우 AI DC를 뒷받침하기 위한 LNG 민자발전에 힘을 쏟는다. SK이노베이션 신임 대표로 내정된 정승일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한국가스공사·한국전력공사 사장을 지낸 에너지 정책 전문가다. 올해 6월 SK㈜ 미래성장담당 사장으로 영입돼 반도체·데이터센터의 전력 확보 문제를 맡아왔다. 최 회장이 전력을 AI 산업의 병목으로 꼽아온 만큼 신규 전력사업을 본격화하는 것이 그의 과제다.

SK디스커버리는 윤병석 SK가스 사장을, SK가스는 송경열 전략본부장을 각각 새 대표로 내정했다. 안정적으로 LNG를 확보하고 민자 발전을 통해 AI DC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주사와 컨트롤타워도 '실행' 중심으로 재편했다. SK㈜는 김선혁 SKC 전략부문장을 담당 사장으로 승진시켜 계열사 운영개선과 성과 관리를 맡겼다. 수펙스추구협의회에는 권영수 SK이노베이션 전략본부장을 담당 사장으로 배치해 그룹사간 시너지를 챙기도록 했다. 기존 미주·중국·일본 총괄에 더해 동남아 총괄을 신설하고 추형욱 사장을 보임했다. AI·친환경·첨단소재 사업의 현지화를 맡는다.

내년 사장단 인사를 마친 SK그룹은 다음 달 CEO세미나에서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새 경영진과 함께 2027년 사업 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리밸런싱으로 '몸집 줄이기'를 끝낸 SK그룹이 이제는 글로벌 AI·반도체 고객 확보와 전력사업 수주 등의 실적으로 평가받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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