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미로운 치아백서] 치과의사는 무슨 치약을 쓰나요? 비싼 치약이 내 치아를 지켜줄까?

  • 치약의 배신과 10배 더 중요한 양치질의 비밀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사진 유슬미 DDS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사진= 유슬미 D.D.S]


“치과 선생님은 어떤 치약 쓰세요? 뭐가 좋은 지 저도 알려주세요.” 라는 질문을 환자뿐만 아니라 지인에게서도 많이 받습니다. SNS를 보면 한 통에 수만 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치약, 해외 직구 미백 치약, 잇몸 특화 치약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마트 치약 코너에 가서는 '이 정도 값의 치약을 쓰면 적어도 무어라도 좋겠지?'라는 기대감으로 늘 새로운 치약을 장바구니에 담곤 합니다. 

하지만 치과의사로서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들을 보면, 비싼 치약을 쓰는 분이라고 해서 충치나 잇몸병이 적은 것은 아닙니다. 비싼 치약을 쓸수록 치아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지만, 오히려 구강 관리의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일 사용하는 치약과 칫솔, 과연 우리는 무엇을 오해하고 있을까요?

먼저 치약은 '치료제'가 아닌 '화장품'일 뿐입니다.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사실은 치약이 치아 질환을 치유하는 화학적 치료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충치와 잇몸병을 일으키는 주범은 치아 표면에 찰떡처럼 들러붙어 있는 세균막, 즉 '치태(플라그)'입니다. 치태는 점성이 매우 강해서 아무리 좋은 천연 추출물이나 한방 성분이 들어간 치약이라도 화학적으로 녹여내지 못합니다. 치약은 비누처럼 마찰을 돕고 향을 더하는 '보조제'일 뿐, 치아 건강의 90%를 결정짓는 핵심은 칫솔모가 직접 치태를 긁어내는 '물리적 마찰'입니다.

따라서 수만 원짜리 치약에 의존하는 것보다 10배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치실'과 '치간 칫솔'의 사용입니다. 칫솔질만으로는 치아 전체 면적의 약 60%밖에 닦지 못합니다. 아무리 좋은 치약을 묻혀 닦아도 치아 사이 사각지대(40%)에 남은 치태를 치실로 긁어내지 않는다면 치과 치료를 피할 수 없습니다.

또 한 가지 치과의사로서 치약에 대해 꼭 알려드리고 싶은 점이 있다면, 바로 하얘지려다 노랗게 변했다는 미백 치약의 역설입니다. 치아를 하얗게 만들고 싶은 마음에 미백 치약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시중의 일부 미백 치약은 착색된 때를 강하게 문질러 닦아내기 위해 강한 마모제(연마제) 성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치약을 오래 사용하면 치아 표면의 하얗고 투명한 겉껍질인 '법랑질(에나멜)'이 조금씩 닳아 나가게 됩니다. 법랑질이 얇아지면 그 내부에 있는 노란빛의 '상아질'이 겉으로 비쳐 보이면서, 결과적으로 치아가 전보다 더 노랗게 보이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납니다.

게다가 법랑질 마모는 치아 시림과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됩니다. 치아 착색이 고민이라면 미백 치약에 의존하기보다 치과에서 안전하게 진행하는 전문 미백 시술을 받거나, 착색을 유발하는 커피와 차를 마신 후 물로 바로 입을 헹구는 습관이 훨씬 안전합니다.

한 가지 더 짚어봅시다. 양치 후 물로 몇 번 헹구시나요? 양치질을 마친 후 입안에 남은 치약 기운이 찝찝하다며 물로 10번 넘게 바싹 헹궈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치약이 가진 가장 유용한 불소 성분을 스스로 버리는 행동입니다. 치약에서 검증된 가장 핵심적인 충치 예방 성분이 바로 '불소'입니다. 불소는 치아 표면에 침투해 산성에 견디는 힘을 길러주고, 세균의 활동을 억제하는 보호막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칫솔질 후 물로 너무 많이 헹궈내면 이 불소 보호막마저 씻겨 내려가 버립니다.

영국 NHS(국민보건서비스) 등 최신 구강보건 가이드라인에서는 칫솔질 후 잔여 거품만 가볍게 뱉아내고, 물로 2~3회만 살짝 헹구어 입안에 불소 성분을 소량 남겨두는 것을 권장합니다. 입안에 남은 불소가 밤새 치아를 지켜주는 가장 강력한 파수꾼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결국, 의료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완벽한 길입니다. 치아 건강을 지키기 위해 비싸고 특이한 치약을 찾아 헤맬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치약은 '불소 함유량 1,000ppm 이상'의 기본 치약이면 충분합니다. 화려한 제품의 광고 문구보다 꾸준하고 올바른 기본 습관이 여러분의 치아와 통장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비결입니다.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서울대학교 치의학 전문대학원 석사
보건복지부 통합치의학 전문의
현 치과의사 겸 의료 전문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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