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교관 귀국 짐에 美 총기 섞어 운송…홍콩 밀수망 드러나

  • 미국서 적발된 대북 밀수 사건…홍콩 이후 운송 수법 확인

  • 선명·선적 바꾸고 위치정보 차단…"지금도 화물선 4척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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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챗GPT 생성]


지난 2024년 미국에서 적발된 중국인의 대북 총기 밀수 사건에 홍콩의 민간 밀수 조직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미국에서 홍콩으로 넘어온 총기를 귀국하는 북한 외교관의 이삿짐에 몰래 섞어 북한으로 보냈다. 이 조직은 국제 감시망이 느슨해진 틈을 타 지금도 대북 밀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조달한 총기를 홍콩에서 받아 북한으로 넘기는 과정에는 홍콩의 무역업자와 화물선 소유주, 선박운항업자 등이 관여했다. 신문은 복수의 관계자 증언을 토대로 이들의 역할과 구체적인 운송 수법을 전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2024년 북한 당국의 지시를 받은 중국 국적 남성이 미국에서 조달한 총기를 홍콩을 거쳐 북한으로 밀수한 사실이 적발됐고, 이 남성은 지난해 8월 유죄 판결을 받았다. 미 검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2023년 12월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에서 홍콩으로 총기를 실은 화물을 발송했다. 총기는 2024년 1월 1일께 홍콩에 도착한 뒤 북한으로 운송됐다. 북한에 대한 무기 수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로 금지돼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홍콩에서 북한으로의 운송을 주도한 인물은 미국에서 보낸 총기를 받은 홍콩 측 수취 기업 '위링(裕領)무역유한공사'의 실질 경영자인 홍콩 국적 차이(蔡)였다.


차이가 총기를 외교관 짐에 섞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바로 외교관들의 이삿짐 운송업자였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차이는 2023년 홍콩 주재 북한 총영사관이 문을 닫으면서 귀국하게 된 외교관들의 가재도구 운송을 맡았다. 그는 미국에서 보낸 총기가 홍콩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미리 수배해 둔 화물선 '선리치'호(당시 시에라리온 선적)에 외교관 짐과 함께 실었다.

총기는 '냉장고'와 '주방용품' 명목으로 신고됐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는 수출입 절차가 간소한 홍콩에서 세관이 외교관 짐까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에 따른 위장이었다. 이들은 북한 외교관들이 밀수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외교관들이 실제로 몰랐는지는 따로 확인되지 않았다.

밀수 조직은 사업을 통해 연결된 민간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차이는 중국 광둥성 둥관의 트럭 운송회사에서 일하다 선리치를 사실상 소유한 대만 국적 왕(王)과 알게 된 뒤 대북 밀수에 손을 댔다. 선박운항회사 '톈마(天馬)선무유한공사'의 실질 경영자인 중국 국적 량(梁)도 두 사람을 통해 밀수에 관여했다.

이들이 내세운 회사의 실체도 불분명했다. 요미우리 기자가 올해 9월 위링무역유한공사의 등기상 주소를 찾아갔지만 해당 회사는 없었고, 주변 입주 업체들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한 관계자는 밀수 관련 기업 가운데는 실체 없는 페이퍼컴퍼니이거나 대표자가 이름만 올린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관계자들의 증언은 믿을 만하다는 전문가 판단도 나왔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위원은 미국의 기소 기록 등과 관계자들이 요미우리에 제공한 여러 자료를 대조·분석했다. 그는 이들 증언에 대해 "합리적이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확보되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선박 세탁

총기 운송에 쓰인 선리치는 이후 이름과 선적을 바꿔 올해 9월 기준 감비아 선적 '블루타워'로 운항하고 있다. 후루카와 전 위원은 각국의 적발을 피하려고 선명과 선적을 자주 바꾸는 '선박 세탁'이 밀수 조직의 상투적인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블루타워는 그동안 홍콩을 떠나 서해 부근에 이르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는 등 특이한 행동을 반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후루카와 전 위원은 이 배가 기항지로 신고된 한국 등의 항구에 실제로 들른 이력이 거의 없다며 "북한 항구에 비밀리에 기항을 반복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홍콩을 거점으로 한 밀수선들은 세관에 목적지를 한국 인천항으로 허위 신고하고 실제로는 북한 서부 남포항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항해 도중 공해상에서 AIS를 꺼 북한행 항적을 숨긴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이 조직이 지금도 블루타워를 포함해 최소 4척의 화물선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대북 수출이 금지된 철강류 운송이 두드러지며, 말레이시아에서 북한으로 석유를 밀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홍콩의 중계무역 제도도 밀수에 악용되고 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홍콩 당국이 해운업체 편의를 위해 도입한 제도에 따라 홍콩을 거쳐 가는 화물의 내용과 원산지 등을 확인할 책임은 최종 목적지 항구에 있다. 밀수선들은 주말도 노렸다. 한 관계자는 이들이 보통 금요일 밤 홍콩에 들어와 주말 동안 짐을 싣고 출항한다고 전했다. 주말에는 선박 활동을 감시하는 홍콩 해사당국의 인력이 줄어 점검이 느슨해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요미우리는 유엔 전문가패널이 해산한 뒤 이들 밀수 조직이 사실상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던 패널은 러시아가 임기 연장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2024년 4월 말 활동을 종료했다. 다만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는 여전히 유효하며, 한국과 미국 등 11개국은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을 꾸려 제재 위반 감시를 이어가고 있다. 후루카와 전 위원은 중국을 포함한 모든 유엔 회원국이 안보리 결의에 따라 관련 선박을 압류하는 등 자산 동결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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