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진입·봉쇄를 주도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김현태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대령)이 항소심 첫 공판에서 재판부에 국회 현장 검증을 요청했다.
서울고법 형사12-2부(조진구·김민아·이승철 고법판사)는 2일 오후 2시 30분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단장 등 7명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입증 계획 등을 논의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는 김 전 단장을 포함해 구속 상태인 박헌수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김대우 전 방첩수사단장, 이상현 전 여단장, 김봉규 전 정보사 공작단장이 직접 출석했다.
정성욱 전 정보사령부 100여단 2사업단장, 고동희 전 당시 정보사령부 계획처장 측에서는 변호인만 참석했다.
김 전 단장 측은 이날 재판에서 1심 때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하상 변호사는 "1심 재판 자체가 원천 무효다. 이 재판부 자체도 위헌이기 때문에 결국 나중엔 판결이 무효가 될 것"이라며 "현재 부당하게 불법적으로 감금돼 있는 군인들을 보석으로 석방하고 재판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국헌 문란 목적이 있다는 1심판결 결과는 재판부 구성 자체가 적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국헌 문란 목적이 있을 수도 없고, 폭동 인식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전 단장 측은 정확한 통신 라인과 동선, 건물 내 전력 차단 시도 여부 등의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국회 현장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 변호사는 "폐쇄회로(CC)TV나 언론 보도 영상은 일방적으로 편집된 증거일 가능성이 높다"며 "법관이 직접 현장을 확인해 의사결정 마비 시도가 실제로 가능했는지 오감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 단장도 발언권을 얻어 "대통령과의 통화 종료 시점과 곽종근(전 특수전사령관)의 지시 시점 등을 종합해 볼 때 3분 만에 창문을 넘어 진입했다는 판결문 내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현장 검증 필요성을 직접 피력했다.
또 피고인 측 변호인단은 형사소송법 시행에 따른 특별검사팀 파견 검사의 신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개편된 점과 특검팀 출범에 따른 파견 검사들의 공소 유지 권한과 절차적·적법성 문제를 파고든 것이다.
박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공판준비기일이 열리기 전 검찰이 폐지됐고, 공소청이 출범한 만큼 법정에 출석한 이성화·오애지 군검사의 적법한 파견 명령 유무와 지휘권 관계를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특검 측은 인사혁신처의 인사발령 통지서와 특검 지휘서를 제출하며 법적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고, 재판부도 "제출된 인사 명령 자료를 살펴볼 때 공판 진행에 차질이 없다"고 답했다.
김 전 단장 측이 요구한 국회 현장 검증에 대해서도 사실상 거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에 대해 "그 당시 (군인들의) 동선과 행동, 통신 내용이 증거로 확인이 가능하다고 보인다"며 "현장에서의 재현 결과를 과연 당시 상황에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근본적으로 든다"고 언급했다.
실체적 쟁점을 둘러싼 법리 공방도 벌어졌다. 정 전 단장 측 변호인은 내란죄의 구성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을 엄격히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은 필요적 공범 형태로 형법 제30조 공동정범의 기능적 행위지배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며 "위법성 인식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초과 주관적 구성 요건인 국헌 문란 목적이 당연히 추정된 것은 아니므로 개별적인 고의와 목적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단장 측 변호인 역시 "당시 국회 내부에는 이미 정체불명의 인력들이 진입해 문을 봉쇄한 상태였기에 피고인은 대테러 및 비상 상황에 따른 적법한 명령을 수행했을 뿐"이라며 "국헌 문란 목적이나 폭동 행위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쌍방의 입장을 확인한 뒤 일부 증거 조사를 채택했다. 특검 측이 신청한 김상용 전 국방부조사본부 차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채택해 통화 녹음 파일의 증거 능력과 진위 여부를 다루기로 했다.
또 오는 17일을 첫 정식 공판기일로 잡고, 특검과 피고인 측의 항소이유 진술을 들을 예정이다.
앞서 1심은 김 전 단장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 전 여단장은 징역 10년, 김대우 전 단장은 징역 5년, 김봉규·정성욱 전 단장은 각각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박헌수 전 본부장과 고동희 전 처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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