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수요를 사전에 파악하고 공모주 일부를 장기투자 기관에 미리 배정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공모가격 산정의 합리성을 높이고 상장 직후 기관투자자의 대규모 매도로 주가가 급락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3일 국무회의에서 사전수요예측과 코너스톤투자자 제도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이달 중 공포돼 오는 13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사전수요예측은 IPO 주관사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 전 기관투자자의 공모주 매입 희망가격과 물량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희망 공모가 범위를 설정하는 단계부터 시장 수요를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참여 대상은 현행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를 중심으로 정해진다. 다만 일반 사모집합투자업자와 투자일임업자는 총 위탁재산이 3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기존 수요예측에서 등록 후 2년이 지나면 적용받던 50억원 완화 요건은 인정되지 않는다.
주관사는 기업 실사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뒤 자격을 갖춘 기관투자자에게 기업 정보를 제공하고 매입 희망가격 등을 문의할 수 있다. 미공개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고 정보 제공 일시와 상대방, 내용 등을 기록·관리해야 한다.
코너스톤투자자 제도도 함께 도입된다. 코너스톤투자자는 공모주를 사전에 배정받는 대신 일정 기간 주식을 매도하지 않기로 약정하는 기관투자자다. 상장 전 중장기 투자자를 확보해 공모의 안정성을 높이고 상장 직후 매도 물량이 집중되는 현상을 줄이려는 취지다.
코너스톤투자자로 참여하려면 사전수요예측 참여 요건을 충족하는 동시에 사전 청약하는 공모주 물량의 20배 이상에 해당하는 자기자본 또는 위탁재산을 보유해야 한다. 기관의 절대적인 자산 규모가 아니라 청약 규모에 비례한 기준을 적용해 중소형 기관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사전 배정받은 공모주는 기간별로 나눠 보호예수된다. 배정 물량의 50%는 6개월, 30%는 8개월, 나머지 20%는 10개월간 매도가 제한된다. 보호예수 해제 시점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발생할 수 있는 매도 압력을 분산하기 위한 조치다.
사전배정 물량의 상한은 코스피와 코스닥에 차등 적용된다. 일반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을 기준으로 코스피는 코너스톤투자자 전체 합산 20%, 개별 투자자 10%까지 허용된다. 코스닥은 전체 30%, 개별 20%로 한도가 더 높다.
이를 전체 공모주 물량으로 환산하면 코스피는 최대 10%, 코스닥은 우리사주 배정 비율 등에 따라 최대 4.5~10.5%를 코너스톤투자자에게 사전 배정할 수 있다.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공모 규모가 작고 정책펀드 배정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했다.
제도가 계열사 우대나 부실 공모주 떠넘기기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등 이해관계가 있는 기관투자자는 코너스톤투자자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사전배정 계약을 조건으로 직접적·간접적 이익을 주고받는 행위도 금지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 도입을 통해 공모가격 산정 과정에 시장 수요를 보다 충실히 반영하고, 장기투자 기관의 참여를 확대해 IPO 시장의 안정성과 투자자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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