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의 땅속 유적 보존방안을 국가유산위원회가 오는 18일 다섯 번째로 심의한다. 위원회가 지난달 21일 네 번째로 심의를 보류한 뒤 사업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보완안을 냈다. 유적을 제자리에 둘지 옮길지를 두고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은 데다 종묘 세계유산영향평가 갈등까지 겹쳐, 2004년 시작된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3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국가유산위원회 매장유산분과는 오는 18일 세운4구역 유적 보존방안을 다시 심의한다. SH는 앞선 심의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보존계획을 보완했다. SH 관계자는 “앞선 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과 이견이 있었던 만큼 보완을 거쳐 11월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심의는 2024년 1월 첫 상정 이후 올해 8월, 9월, 10월 세 차례 연속 보류됐다. 첫 심의에서 위원회는 상층 유구를 해체·보존하고 하층을 조사해 보존방안을 내라고 요구했고, 8월에는 사업시행계획 변경 확정 뒤 재심의, 9월에는 현지조사 필요를 이유로 보류했다. 지난달 16일 현장조사를 거친 21일 심의에서는 “원위치 보존 원칙”을 들어 다시 보류했다. 제자리에 남기는 현지보존이냐 옮기는 이전보존이냐에 따라 건축계획과 공사 방식이 달라져 사업 일정에 직접 영향을 준다.
서울시는 위원회 요구가 심의 때마다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2024년 심의는 이전보존을 전제로 보완을 요구했는데 이번에는 원위치 보존을 원칙으로 내세웠다”며 “기존 요구사항을 이행했는데도 새로운 보류 사유가 반복된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보존 협의가 끝나지 않은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발굴조사에서는 조선시대 마을 입구 시설인 이문(里門) 추정 흔적과 건물터, 배수로 등이 양호한 상태로 확인됐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2021년 사업시행인가까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진행됐고 이후 발굴조사가 이뤄졌다”며 “발굴된 유구를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에 대한 협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장유산법은 현지보존을 우선 원칙으로 둔다.
세계유산영향평가 갈등도 이어진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건축물 높이를 71.9m에서 141.9m로 올리자 국가유산청은 사전 영향평가를 요구했고, 지금은 종로구의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 취소까지 요구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종묘에 미치는 영향을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국회 토론회에서 이를 “명백한 법적 근거를 결여한 행정 갑질”이라며 “종국적으로는 법적 책임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남진 서울시립대 교수는 “궁궐과 왕릉, 성곽은 보호할 속성이 다른데 하나의 기준으로 관리한다”며 “보존과 도시계획이 따로 가면 그 비용은 사업과 주민이 떠안는다”고 지적했다.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는 지난달 22일 국가유산청장에게 심의가 반복 보류된 이유를 밝히라는 공개질의서를 냈다. 주민들은 22년째 착공하지 못한 채 사업비 8000억원에 매월 14억원가량의 금융비용이 쌓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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