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오는 데 무려 28년이 걸린 남성이 있다. 1998년 남미에서 출발해 약 5만㎞를 이동한 영국 탐험가가 마침내 고향에 도착해 어머니와 재회했다.
지난 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의 전직 공수부대원 칼 부시비(57)는 이날 잉글랜드 북부 헐에 도착해 28년에 걸친 세계 도보 여정을 마쳤다.
부시비는 1998년 11월 1일 칠레 남단의 푼타아레나스에서 출발했다. 당시 29세였던 그는 동력 교통수단을 이용해 앞으로 이동하지 않고, 여정을 마치기 전까지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그가 이동한 거리는 약 3만 1000마일(5만㎞)이다. 아메리카와 아시아, 유럽 등 4개 대륙 30개국을 거쳤다.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2001년에는 남미와 중미를 잇는 험준한 다리엔갭을 통과했고, 2006년에는 얼어붙은 베링해협을 건너 알래스카에서 러시아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북극곰과 마주치거나 얼음물에 빠져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국경을 넘는 일도 쉽지 않았다. 파나마와 러시아에서 구금됐으며, 비자 발급 문제로 오랫동안 발이 묶였다. 2008년 금융위기로 후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코로나19 팬데믹도 여정을 지연시켰다.
그는 귀국을 앞두고 카스피해와 영국해협까지 헤엄쳐 건넜다. 배나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28년 내내 걸었던 것은 아니다. 부시비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실제 이동에 약 15년을 보냈으며, 나머지 기간은 비자와 국경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예상했던 여정은 12년 이상이었다. 부시비는 AP통신에 28년이나 걸릴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긴 여정에는 대가도 따랐다. 그는 가족과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으며, 영국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원칙 때문에 가족을 만나려면 다른 나라에서 만남을 가져야 했다.
고향에 도착한 부시비는 수백 명의 환영을 받았다. 시청 앞에서 환영 행사를 마친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겨 어머니 앤절라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했다.
28년 만에 아들을 맞이한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어디에 있었니?"라고 물었다. 부시비 역시 어머니를 끌어안으며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환영 인파 앞에서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농담한 뒤 자신의 귀환은 전 세계에서 만난 사람들의 도움 덕분이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한편 그의 여정은 독일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초크의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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