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네 리뷰] 참신한 앙상블, 아쉬운 개연성…김정훈 감독 '최종면접'

영화를 보는 순간의 기분, 그날의 온도와 습도, 나의 경험은 종종 평가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최씨네 리뷰'는 필자의 시선과 경험을 녹여 조금 더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다. <편집자 주>
영화 최종면접 스틸컷 사진NEW
영화 '최종면접' 스틸컷 [사진=NEW]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청춘들은 스스로 상품이 되는 길을 기꺼이 감수한다. 말간 얼굴로 모범 답안을 읊고, 스펙을 덧칠하며 흠결 없는 사람임을 증명하려 애쓴다. 그러나 완벽해 보이는 이력서 뒷면에 감춰 둔 민낯이 백일하에 드러난다면 어떨까. 김정훈 감독의 신작 '최종면접'은 청년 세대에게 가장 현실적인 공포인 취업을 밀실 스릴러로 풀어낸 뒤 묻는다. 타인의 치부를 밟고 올라선 합격의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이냐고.

글로벌 아이티(IT) 기업 '스피라 링크스'의 최종면접장에 5000대 1의 경쟁을 뚫은 여섯 지원자가 모인다. 문혜인(조이현 분), 한진우(김재원 분), 백승빈(신승호 분), 이희찬(강유석 분), 전요한(곽동연 분), 차주원(배강희 분)은 한 달 동안 토론을 함께 준비하며 모두 붙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면접 당일 주어진 과제는 예상 밖이다. 두 시간 동안 토론하고 다섯 차례의 공개 투표를 거쳐 단 한 명의 합격자를 직접 정하라는 것. 지원자이자 평가자가 된 이들 앞에 지원자별로 이름이 적힌 봉투가 놓이고, 봉투가 열릴 때마다 이력서에는 없던 비밀이 드러난다. 공정한 경쟁을 약속하던 면접장은 서로를 의심하고 몰아세우는 폭로의 장으로 변한다.

일본 작가 아사쿠라 아키나리의 소설 '여섯 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을 원작으로 한 '최종면접'은 대부분 면접실 하나 안에서 흘러간다. 인물은 여섯, 주어진 시간은 두 시간뿐이다. '쩨쩨한 로맨스' '탐정: 더 비기닝' '해적: 도깨비 깃발'로 웃음과 모험을 다뤄 온 김정훈 감독은 이 단출한 조건을 오히려 장르의 장점으로 쓴다. 봉투가 열릴 때마다 여섯 사람의 관계는 어긋나고, 투표가 한 번 끝날 때마다 새로운 의심이 자란다. 언제든 문을 열고 나갈 수 있지만 그 순간 합격의 기회도 사라진다. 이 조건 하나로 이곳은 강제로 갇힌 방이 아니라 욕망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자발적 밀실'이 된다.
영화 최종면접 스틸컷 사진NEW
영화 '최종면접' 스틸컷 [사진=NEW]

눈에 띄는 건 영화의 리듬감이다. 인물들이 마주 앉아 말을 주고받는 장면이 대부분이지만 투표와 폭로, 의심과 반박이 빠르게 교차하는 사이로 관찰 카메라와 타이머, 인물들의 미세한 표정이 끼어들며 면접실의 압박을 키운다. 배우들의 얼굴을 미장센으로 삼아 촬영했다는 김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표정 하나로 판세가 뒤집히는 순간을 읽는 재미가 있다. 빠른 편집으로 리듬감이 살아나며 밀실극이 빠지기 쉬운 지루함을 상당 부분 덜어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힘은 배우들의 앙상블이다. 대부분 스크린에서 아직 낯선 신예들이 한자리에 모인 조합은 그 자체로 신선하고, 굳어진 이미지가 덜한 얼굴들이라 누가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쉽게 가늠되지 않는다. 이들의 낯섦은 사회의 문턱에 선 지원자라는 영화의 무드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주연인 조이현과 김재원이 극의 중심에서 제 몫을 해내고, 신승호와 강유석까지 여섯 배우 모두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 준다. 특히 곽동연과 배강희의 활약이 인상 깊다. 곽동연은 오랜 연기 경력에서 나온 내공이 화면에서 확연히 읽히고, 배강희는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드러내며 팽팽한 긴장감을 끌어낸다.

코로나19 시기의 치열한 취업 전선이라는 배경은 마지막 한 자리까지 올라온 청춘들이 선뜻 문을 열고 나가지 못하는 사정에 설득력을 더한다. 합격이라는 절박한 목표 앞에서 한 달 동안 쌓은 신뢰는 생각보다 빠르게 무너지고, 서로를 평가해야만 자신이 살아남는 구조는 면접이라는 익숙한 제도를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으로 바꿔 놓는다. 젊은 세대가 공감할 만한 심리적 압박을 공들여 그려 낸 덕에 면접장의 긴장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인물들이 서로에게 등을 돌리게 만드는 것은 봉투 속 비밀이다. 그 내용은 완전한 거짓이 아니라 사실의 일부다. 다만 앞뒤 사정이 빠진 채 공개되는 순간 그 사람을 보는 시선은 달라진다. 김정훈 감독은 맥락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한쪽 면만 보고 타인을 판단하는 일이 많다는 점을 원작의 주제로 꼽았다. 한 사람을 믿었다가 의심하고 다시 그 판단을 뒤집는 사이, 관객 역시 면접장의 '7번째 지원자'가 된다.
영화 최종면접 스틸컷 사진NEW
영화 '최종면접' 스틸컷 [사진=NEW]

아쉬움도 있다. 인물들이 문을 열고 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설득력 있게 세웠지만, 이야기가 반전과 결말로 치닫는 길목은 그만큼 단단하지 않다. 기능적으로 흘러가는 대목이 눈에 띄고 개연성이 성긴 지점도 있다. 후반부의 반전을 위한 반전이 관객에게 얼마만큼의 설득력이나 쾌감으로 와닿을지는 호불호가 갈릴 법하다. 

다만 영화가 지닌 참신함이 이런 틈을 메울 여지는 충분하다. 원작 소설에서 가져온 기발한 설정 위에 리듬감 좋은 편집과 젊은 배우들의 앙상블이 단단하게 더해졌다. 11월 4일 개봉. 러닝타임은 107분, 관람등급은 15세 이상 관람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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