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경6900조원'…장외 RP 청산 주도권 놓고 거래소 vs 예탁원 조용한 '탐색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일대 전경 20260223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일대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연간 거래대금 4경6900조원에 달하는 장외 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의 중앙청산소(CCP) 업무를 놓고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이 나란히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양 기관 모두 연구용역을 통해 직접 수행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향후 운영 주체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장외 증권(RP 등) 청산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번 용역은 거래소가 기존 CCP 업무를 장외 채권·RP 시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거래소가 직접 중앙청산을 수행하는 경우의 타당성을 분석하고, 청산·결제체계 구축 방안과 위험관리 방안 등을 검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장외 증권 CCP 업무는 금융위원회 인가가 필요한 사항으로 현재 수행 주체와 향후 도입 시기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기존 청산 업무의 확대 차원에서 도입 타당성과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용역"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예탁결제원도 지난 3월 2억원 규모의 '장외 채권거래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행방안 수립'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두 기관이 약 7개월 간격으로 유사한 연구에 나선 셈이다.
예탁결제원 제안요청서에는 'CCP 업무를 예탁결제원이 수행하는 경우와 타 기관이 수행하는 경우 결제 프로세스 비교·분석'이라는 내용이 명시됐다. 예탁원 역시 직접 CCP를 맡는 상황을 연구 대상으로 설정한 것이다. 청산회원 관리, 증거금 제도, 손해배상공동기금 규모와 결제불이행 대응체계도 연구 범위에 포함됐다.
 
다만 예탁결제원은 직접 운영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중앙청산 확대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시장 경쟁력 강화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며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CCP 업무 수행 주체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거래소와의 사전 협의 여부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업무와 연구 필요에 따라 독립적으로 발주했다고 설명했다.
 
CCP는 금융기관 간 거래에서 양측의 거래 상대방이 돼 결제 이행을 보증하고 채권·채무를 상계하는 기관이다. 현재 장외 RP 시장에서는 금융기관들이 직접 거래하고 예탁결제원이 결제·담보관리 등을 지원한다. CCP가 도입되면 거래 상대방의 결제불이행 위험을 줄이고 다자간 차감으로 결제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운영기관 입장에서는 청산수수료라는 새로운 수익원도 확보할 수 있다.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장외 RP 연간 거래대금은 2020년 2경2100조원에서 지난해 4경6900조원으로 약 112% 증가했다.
 
두 기관은 과거에도 CCP 사업권을 놓고 경쟁한 전력이 있다. 2011년 장외파생상품 CCP 운영 주체 선정을 앞두고 양 기관이 경쟁했으며 당시 금융당국은 기존 청산 인프라 활용에 따른 비용 효율성 등을 고려해 거래소의 손을 들어줬다. 거래소는 2013년 장외파생상품 청산업 인가를 받았다.
 
양 기관이 나란히 신규 사업 가능성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기존 핵심 사업 영역의 경쟁체제 전환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래소는 지난해 넥스트레이드 출범으로 주식 매매체결 독점체제가 깨졌고 예탁결제원 역시 비상장주식 특화 전자등록기관의 신규 진입 허용이 추진되면서 독점적 사업 기반에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다.
 
당장 두 기관이 전면적인 경쟁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향후 금융당국의 제도 도입 논의가 구체화될 경우 사업 주체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두 기관 모두 기존 사업 영역에 경쟁이 도입되면서 새로운 수익원 확보의 필요성이 커졌다"며 "향후 운영 주체 선정이 구체화되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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