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기술 중시' 14년…삼성 미래기술육성, 연구실 넘어 사업화로 판 넓힌다

  • 누적 연구비 1.2조 투입해 916개 과제 지원…첫 '우수 연구자' 10명 선정

  • IP·창업 멘토링 후속 지원도…학계·산업계 선순환 구축

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이 5일
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이 5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조선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26 애뉴얼 포럼'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김나윤 기자]

"몇 년 동안 저희는 실적 하나 없는 연구실이었습니다. 그래도 삼성은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줬습니다."

김장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5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조선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26 애뉴얼 포럼'에서 성과가 없던 수년간의 장기 연구를 끝까지 지원해 준 삼성에 감사를 전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지원을 바탕으로 2022년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망고부스트'를 창업했다. 세계적인 데이터처리장치(DPU) 기술력을 인정받아 삼성전자·AMD·인텔 등과 차세대 AI 인프라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삼성은 2013년 출범한 미래기술육성사업의 범위를 단순 연구 지원을 넘어 사업화 영역까지 넓히고 있다.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기술 중시 경영철학이 사업화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이날 우수 연구자 시상식을 통해 "사업을 처음 준비하며 던진 질문은 '진짜 혁신이란 무엇인가'였다"며 "누가 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묻느냐, 아무도 하지 못한 질문에 도전하는 이들을 찾는 것이 답이었다"고 말했다.
 
삼성에 따르면 14년간 총 916개 과제에 누적 연구비 1조2000억원 규모를 투입했다. 교수와 석·박사 연구원 등 1만7000여 명이 참여했다. 당장의 성과보다 긴 호흡의 기술 투자를 앞세운 이 회장의 기조가 국내 연구 생태계에 뿌리내리는 모습이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이날 완료 과제 644개를 약 4개월간 심사해 기초과학 4명, 소재·ICT 6명 등 '우수 연구자' 10명을 처음 선정했다. 블랙홀 내부 난제를 수학적으로 풀어낸 오성진 UC버클리 교수도 이름을 올렸다.

 
삼성이 5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26 애뉴얼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장 벽면에 과학기술 석학들의 연구과제들이 나열해 있다 사진김나윤 기자
삼성이 5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26 애뉴얼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장 벽면에 과학기술 석학들의 연구과제들이 나열해 있다. [사진=김나윤 기자]

김봉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기존의 10분의 1만 넣어도 소재 본래 특성을 유지하는 첨가제를 개발해 삼성전자에 기술이전을 마쳤고,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와 공동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 재직 경험을 살린 유창식 성균관대 교수는 새로운 방식의 아날로그 회로를 실리콘으로 구현했다. 그는 "학교와 회사가 협력해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최장욱 서울대 교수팀은 화재 위험이 낮은 수계(水系) 전지의 성능 저하 원인을 규명해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원천기술로 주목받는다.

기초과학과 산업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뇌 면역세포를 연구해 온 정원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기초과학자라 치료제 개발과는 먼 연구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경계를 구분 짓는 게 불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밝혔다.
 
삼성은 연구자들에게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우수 연구자' 명예 타이틀을 부여하고 기술 자문과 산업계 교류, 창업·지식재산권(IP) 멘토링, 후속 연구 지원 등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박홍근 삼성전자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사장)은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기초과학을 지원하고 젊은 과학자를 육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타트업 창출로까지 이어졌다"며 "학계와 산업계 모두에 진정한 가치를 만들어낸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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