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후반까지 현역으로 무대에 오르며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던 거장 지휘자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가 9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70여 년간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군림하지 않는 겸손의 리더십과 엄격한 악보 해석을 보여준 최고령 거목의 타계에 전 세계 음악계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블롬슈테트는 스웨덴 예테보리의 자택에서 평온하게 세상을 떠났다. 40년 가까이 고인의 매니저를 맡아온 로타어 샤케는 성명을 내고 블롬슈테트의 별세 소식을 알리며 그와의 모든 만남은 지혜와 온화함, 친절로 가득 찬 선물이었다고 고인을 기렸다.
1927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스웨덴계 부모 밑에서 태어난 고인은 레너드 번스타인과 이고르 마르케비치 등을 사사한 뒤 1954년 스톡홀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통해 지휘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덴마크 방송교향악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등 유럽과 미국의 명문 악단에서 수석지휘자와 음악감독을 지냈다.
고인은 베토벤과 브람스, 멘델스존, 브루크너를 비롯해 시벨리우스와 닐센 등 북유럽 교향곡 해석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권위를 인정받았다. 단원들에게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성실하게 악보를 파고드는 지휘 철학을 평생 고수했으며, 90대 후반까지도 전곡을 악보 없이 지휘하는 열정을 발휘했다. 지난 5월에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함께 98세의 나이로 무대에 올라 말러 교향곡 9번을 지휘했다.
생전 두 차례의 그래미상과 그라모폰상을 받은 고인은 지난달 28일 도쿄에서 열린 '예술계 노벨상'인 일본 프레미엄 임페리알레 시상식에서 음악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백세 생일을 약 8개월 앞두고 포디움을 떠난 거장의 70년 음악 여정은 클래식 역사의 불멸의 유산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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